uploaded_6a964e1ad4084.jpg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유튜브 캡쳐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의 누락을 막기 위해 설계·시공 단계부터 세부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당사자 중심의 사용성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데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건축 실무자, BF 인증기관 관계자 등이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계단과 승강기를 별개의 독립된 조항으로 분리하도록 현행 법령을 개선하고 공동현관 로비폰과 월패드 등 건축물에 고정된 전자식 이용장치도 편의시설 법체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uploaded_6a964e1a0a729.jpg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중앙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이진원 센터장. ⓒ유튜브 캡쳐

전체 장애인편의시설 적정 설치율 79%‥시각장애인 영역은 54% 그쳐

중앙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이진원 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모든 공공과 생활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정부는 2003년도부터 전국 단위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있고 그 결과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현장에서는 시각장애인의 편의시설 만족도가 높지 않아 따로 분석을 해보니 2023년 전체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이 79.2%인데 반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이 54.5%로 확인됐다. 이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편의시설 기준 적합성 확인업무의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장애유형별 전문 당사자 단체의 협력적 참여 구조 마련 ▲건축 행정 프로세스와 적합성 확인업무 개선을 통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누락 방지 및 사후관리 강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상 독소조항 개정을 통한 물리적 사각지대 해소 ▲키오스크 등 시설 이용장치의 편의시설 법제화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법제화에 따른 장애인 당사자 참여 보장 및 실이용자 검증 체계 구축 등 5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중앙 단위의 상설 협의체 신설과 기술 지원 핫라인 구축, 주요 공공시설에 대한 공동 확인 절차 도입은 일선 현장의 심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각장애 당사자의 보행 특성이 정확히 반영된 시설을 확충하는 등 상호 존중과 전문성에 기반한 합리적인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며 “각 장애 유형별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행정의 정확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상호 존중과 전문성에 기반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키오스크, 공동현관 로비폰, 월패드 등 건축물과 시설의 본연적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매립・고정된 장치들을 편의시설의 하나로 정립해 준공 단계부터 접근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다져야 한다. 나아가 개정된 편의시설 모니터링 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도록 당사자 중심의 ‘실이용자 사용성 검증’을 제도화하고 점검 결과가 다시 제도 개선과 현장 보완으로 선순환되는 환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ploaded_6a964e1a61eff.jpg 편의시설 설치기준 적합성 확인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설계·적합성 확인 단계에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세부 점검기준 마련해야”

이진원 센터장은 “건물을 지을 때 건축 설계도서를 통해 요소를 잡고 그 부분에 따라 설계·시공을 한다. 그런데 건물 구조와 전기, 소방 등은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된다. 각 영역별로 감리하고 잘못된 부분을 확인한다. 장애 영역도 이러한 적합성 확인업무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부수적인 요소로 취급해 설계 요소에서 명확한 설치 기준이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에 건축 설계도서 주기란에 장애인 표준상세도에 있는 기본적인 내용을 반드시 준수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또한 장애인편의시설 적합성 내용 중 확인서의 경우 확인할 수 있는 업무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예를 들어 출입문은 문의 폭, 단의 유무, 손잡이 높이, 점자표지만 유무가 적합성 요소에 들어가지만, ‘출입문이 적정한가’ 등 적정과 부적정 등 너무 크게 적합성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적합성 확인업무에 집중 세부항목 점검 지침으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상 독소조항 개정을 통한 물리적 사각지대 해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상 계단과 승강기는 ‘또는’으로 함께 묶여 있다. 이 항목 때문에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계단 또는 승강기로 돼 있기에 승강기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설치돼 있으니 계단 편의시설은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계단의 편의시설 설치가 상당히 미비하다. 다만 계단과 승강기 항목을 완전히 별개의 독립된 조항으로 분리하도록 법을 바꾸면 모든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해야 하냐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단서 조항이나 지침으로 ‘법에도 불구하고 계단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세부 기준에 따라 준수하도록 한다’라는 내용이 추가된다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계단의 편의가 실질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uploaded_6a964e1a86f2a.jpg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SD건축사사무소 서춘수 건축사. ⓒ유튜브 캡쳐

‘계단·승강기 분리 규정’ 법 개정보다 현실적으로 편의시설해설서 보완 타당

BF업무 심사 및 심의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서춘수 SD건축사사무소 건축사는 “발제문에서 제시한 5대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많은 공감을 한다”면서 핵심 과제에 대한 건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서춘수 건축사는 “설계 단계부터 현장의 오시공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도서 내의 주석 작성기준을 강화하자는 의견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상세도가 도면 검토 시에 아주 예전 도면이 첨부되기도 하므로 장애인편의시설 표준상세도를 보완 작성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시각장애인의 편의시설에 해당하는 점자블럭의 재질・색상・매립방식, 점자표지판의 설치높이・위치 등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의 세부 규격을 명확하게 표기하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상 시설별로 계단과 승강기 항목을 완전히 별개의 독립된 조항으로 분리하자는 관련 법령의 독소조항 개선은 장애인편의시설 확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법령은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모두가, 혹은 불특정다수가 최대한의 편의를 누리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다. 하지만 ‘계단 또는 승강기’ 항목을 ‘계단과 승강기’로 변경하면 설치의무가 크게 강화된다고 일반적으로 판단하게 돼 더욱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건축관련법을 변경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검토해야 될 사항이 많다고 판단되므로 편의시설해설서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 및 해설내용을 표기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건축물 내에 승강기 설치 여부와 무관하게 건축물 내부의 주계단 1개소는 반드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자는 발제 내용이 있었다. 이 경우 기존건축물, 용도변경, 대수선, 신축건축물의 적용에 대한 내용은 추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피난을 고려한다면 관리자용 계단 및 유지관리용 계단을 제외한 계단에는 될 수 있으면 전체설치로 권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uploaded_6a964e1a3e511.jpg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알리의접근성연구소 김찬홍 대표. ⓒ유튜브 캡쳐

“시각장애인은 왜 내 집에 마음대로 드나들고, 집을 통제할 수 없는가”

시각장애인 당사자 김찬홍 알리의접근성연구소 대표는 “현재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의 현실에 대해 3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계단이나 승강기 중 한 곳만 편의시설을 갖추면 되는가?’. ‘왜 내 집인데 내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것인가?’, ‘시각장애인은 왜 집의 필수기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은 승강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승강기와 계단 중 하나만 편의시설이 미비해도 당사자는 매우 힘들다”며, “이 불편함이 법적인 모호함 때문에 발생하면 곤란하다. 이에 ‘계단 또는 승강기’라는 조항을 형식적인 선택 조건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계단과 승강기를 독립된 편의시설 항목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찬홍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집에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해 키오스크를 넘어 공동현관 로비폰, 인터폰, 월패드 등 건축물에 고정된 전자식 이용장치를 편의시설 법체계 안에 포함하자는 발제자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전면 유리 터치스크린, 평면형 정전식 숫자판, 시각적 표시, 스마트폰 앱, 얼굴인식에만 의존하면 전체 출입 과업이 중단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이 집의 출입을 위해 매번 가족, 이웃,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주거권, 이동권,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공동주택의 월패드는 방문자 통화와 문 열림뿐 아니라 조명, 난방, 냉방, 환기, 가스, 방재, 보안, 택배, 주차, 엘리베이터 호출까지 통합하고 있다. 또한 조명 스위치와 난방조절기조차 평면형 터치 인터페이스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집은 매장과 다르다. 매장은 안 가면 되지만, 우리가 불편하다고 집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기에 공동현관 로비폰, 세대 월패드, 디지털 도어록 등은 단순 가전이나 부속품이 아니다. 건축물의 필수기능을 완성하는 고정형 전자식 주거 설비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uploaded_6a964e1ab2e01.jpg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제고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이춘희 과장. ⓒ유튜브 캡쳐

복지부, 편의시설 지표 ‘설치율’에서 ‘실제 이용 가능성’ 중심으로 전환 공감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이춘희 과장은 “발제를 통해 편의시설 설치 세부 기준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각장애 영역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전문기관이 점검과 기술자문에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편의시설 적합성 유지·관리를 위해 2021년부터 관계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편의증진기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확인업무와 법 기준 표준화 관련 사항, 제도 개선 방향, 설치 기준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 위원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협력적 거버넌스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전수조사를 5년 단위로 하고 있고 유형별 단체에서 표본 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단편화돼 시정조치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면서 “향후 장애인등편의법 제9조4 ‘편의시설 모니터링’이 시행·공포되면 보수, 개선,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에 그간의 공백을 매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해 궁극적으로 설치율 중심에서 이용 가능성 중심으로 지표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설치돼 있다’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우려에도 장애인편의시설을 지속 확충해 왔다. 오늘 주신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복지부는 앞으로도 전진을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