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한밭영상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장애 적응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 적응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6.24 장애 적응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 적응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23 16:40 수정 2026.06.23 17:00 댓글 1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하여 발달재활서비스, 장애인연금, 보조기기 지원사업, 장애인고용정책, 각종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과 사회참여 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한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으며, 발달재활서비스와 다양한 재활지원 정책은 장애인의 기능 향상과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공백이 존재한다. 그것은 장애를 경험한 개인이 변화된 삶에 적응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는 단순히 신체 기능의 손상이나 의학적 진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는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역할, 가족관계, 경제활동,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계획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의 중대한 전환 사건이다. 특히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에게 장애는 신체적 변화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경험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는 장애를 단순한 의학적 문제로 이해하지 않는다. ICF는 장애를 건강상태와 개인적 요인, 환경적 요인, 사회참여 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지원을 받는가에 따라 삶의 질과 사회참여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정책의 초점을 기능 손상 자체가 아니라 기능 수행과 사회참여로 이동시켰다.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기능 회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변화된 삶에 적응하고 사회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역시 이러한 관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완전한 사회참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가 장애인의 자활과 재활을 적극 지원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재활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 속 많은 장애인들은 의료적 재활이 종료되는 순간 오히려 더 큰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지,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 수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은 막막함을 경험한다. 특히 뇌병변장애, 척수손상, 시각장애, 청각장애, 파킨슨병, 근육병, 희귀난치성 질환 등으로 인한 중도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장애 자체보다 장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가 더 큰 과제가 되는 것이다. 재활심리학과 재활상담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장애 적응(Adjustment to Disability)’이라고 정의한다. 장애 적응은 장애 사실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수용을 넘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 적응은 재활의 부수적인 결과가 아니라 재활 그 자체의 핵심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재활상담학에서는 재활의 궁극적 목표를 ‘장애에 대한 최적의 적응(optimal adjustment to disability)’으로 설명한다. 취업, 자립생활, 사회참여는 모두 장애 적응이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재활상담 연구들 역시 장애 적응 상담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 직업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체계는 여전히 기능 지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 수행을 지원하고, 발달재활서비스는 특정 기능 향상을 지원하며, 직업재활서비스는 취업과 직무훈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이 장애를 수용하고 변화된 삶을 설계하며 사회적 역할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뇌졸중으로 인해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필요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복귀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 변화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역할 상실에 대한 상실감은 어디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까. 현재 제도는 이러한 질문에 충분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적응의 실패는 단순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울과 불안, 사회적 고립, 낮은 자기효능감, 가족갈등, 취업 포기와 같은 2차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 자체보다 장애 이후의 부적응이 삶의 질을 더욱 크게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장애 적응 지원은 선택적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재활과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적 사회서비스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 선진국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의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는 ‘심리사회적 회복 코칭(Psychosocial Recovery Coaching)’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상담이나 돌봄이 아니다. 장애인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사회 참여 계획을 수립하며,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회복 코치는 장애인의 삶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미국의 직업재활(Vocational Rehabilitation) 체계 역시 장애 적응을 재활의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 재활상담사는 취업 알선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장애수용 상담, 진로 재설계, 독립생활 훈련, 역할 변화에 대한 적응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취업 자체보다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사회적 적응 과정을 더욱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본다. 또한 미국의 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는 동료상담(Peer Counseling)을 핵심 서비스로 운영한다. 같은 장애를 경험한 선배 장애인이 후배 장애인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문가 중심 접근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공감과 실질적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장애수용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영국의 Access to Work 제도 역시 단순한 취업지원사업을 넘어 장애인의 직장 적응을 적극 지원한다. 보조공학기기 지원, 직무 조정, 의사소통 지원은 물론 정신건강 코칭과 직장 적응 상담까지 제공한다. 영국은 장애인의 고용 문제를 개인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 부족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장애를 단순한 기능 손상이 아닌 삶의 변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장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이는 전혀 새로운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를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언어발달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사업, 가사·간병 방문지원사업,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는 국가가 이용권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대표적인 이용자 중심 복지모델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사업은 심리적 적응과 정서적 지원 역시 사회서비스의 중요한 영역임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장애 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하기에 적합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장애수용 상담, 동료상담, 가족상담, 직업적응 코칭, 자립생활 훈련, 보조공학 활용 교육,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합한 ‘장애 적응 바우처’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새로운 유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 적응에 대한 체계적인 바우처제도가 필요하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특히 중도장애인, 진행성 장애인, 재활병원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장애인, 장애로 인해 직업 전환을 경험하는 장애인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신체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장애 적응 바우처는 심리적·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발달재활서비스가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장애 적응 바우처는 삶의 재구성과 사회참여를 목표로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는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장애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진정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장애인복지정책이 기능 회복과 일상생활 지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의 정책은 삶의 전환과 적응을 지원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통해 돌봄과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그 체계 안에 장애 적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포함할 때가 되었다. 장애 적응 바우처는 또 하나의 복지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의 적응과 참여를 권리로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장애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이는 ICF와 장애인권리협약이 지향하는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의 가치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실천적 정책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돌봄의 확대가 아니다. 변화된 삶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이다. 이제 한국 장애인복지정책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이전 다음 목록
장애 적응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 적응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6.24 장애 적응 지원체계 구축과 ‘장애 적응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23 16:40 수정 2026.06.23 17:00 댓글 1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하여 발달재활서비스, 장애인연금, 보조기기 지원사업, 장애인고용정책, 각종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장애인의 생존권 보장과 사회참여 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한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으며, 발달재활서비스와 다양한 재활지원 정책은 장애인의 기능 향상과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공백이 존재한다. 그것은 장애를 경험한 개인이 변화된 삶에 적응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는 단순히 신체 기능의 손상이나 의학적 진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애는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역할, 가족관계, 경제활동,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계획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의 중대한 전환 사건이다. 특히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에게 장애는 신체적 변화만이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경험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ICF)는 장애를 단순한 의학적 문제로 이해하지 않는다. ICF는 장애를 건강상태와 개인적 요인, 환경적 요인, 사회참여 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지원을 받는가에 따라 삶의 질과 사회참여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정책의 초점을 기능 손상 자체가 아니라 기능 수행과 사회참여로 이동시켰다.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기능 회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변화된 삶에 적응하고 사회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역시 이러한 관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완전한 사회참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가 장애인의 자활과 재활을 적극 지원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재활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 속 많은 장애인들은 의료적 재활이 종료되는 순간 오히려 더 큰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지,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 수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은 막막함을 경험한다. 특히 뇌병변장애, 척수손상, 시각장애, 청각장애, 파킨슨병, 근육병, 희귀난치성 질환 등으로 인한 중도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장애 자체보다 장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가 더 큰 과제가 되는 것이다. 재활심리학과 재활상담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장애 적응(Adjustment to Disability)’이라고 정의한다. 장애 적응은 장애 사실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수용을 넘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 적응은 재활의 부수적인 결과가 아니라 재활 그 자체의 핵심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재활상담학에서는 재활의 궁극적 목표를 ‘장애에 대한 최적의 적응(optimal adjustment to disability)’으로 설명한다. 취업, 자립생활, 사회참여는 모두 장애 적응이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재활상담 연구들 역시 장애 적응 상담이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 직업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체계는 여전히 기능 지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 수행을 지원하고, 발달재활서비스는 특정 기능 향상을 지원하며, 직업재활서비스는 취업과 직무훈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이 장애를 수용하고 변화된 삶을 설계하며 사회적 역할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뇌졸중으로 인해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재활치료를 받고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필요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복귀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 변화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역할 상실에 대한 상실감은 어디에서 지원받을 수 있을까. 현재 제도는 이러한 질문에 충분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적응의 실패는 단순한 심리적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울과 불안, 사회적 고립, 낮은 자기효능감, 가족갈등, 취업 포기와 같은 2차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 자체보다 장애 이후의 부적응이 삶의 질을 더욱 크게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장애 적응 지원은 선택적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재활과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적 사회서비스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 선진국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의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는 ‘심리사회적 회복 코칭(Psychosocial Recovery Coaching)’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상담이나 돌봄이 아니다. 장애인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사회 참여 계획을 수립하며,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회복 코치는 장애인의 삶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미국의 직업재활(Vocational Rehabilitation) 체계 역시 장애 적응을 재활의 핵심 요소로 간주한다. 재활상담사는 취업 알선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장애수용 상담, 진로 재설계, 독립생활 훈련, 역할 변화에 대한 적응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취업 자체보다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사회적 적응 과정을 더욱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본다. 또한 미국의 자립생활센터(Center for Independent Living)는 동료상담(Peer Counseling)을 핵심 서비스로 운영한다. 같은 장애를 경험한 선배 장애인이 후배 장애인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문가 중심 접근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공감과 실질적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장애수용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영국의 Access to Work 제도 역시 단순한 취업지원사업을 넘어 장애인의 직장 적응을 적극 지원한다. 보조공학기기 지원, 직무 조정, 의사소통 지원은 물론 정신건강 코칭과 직장 적응 상담까지 제공한다. 영국은 장애인의 고용 문제를 개인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지원 부족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장애를 단순한 기능 손상이 아닌 삶의 변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장애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이는 전혀 새로운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를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언어발달지원서비스,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사업, 가사·간병 방문지원사업,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는 국가가 이용권을 제공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대표적인 이용자 중심 복지모델이다. 특히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사업은 심리적 적응과 정서적 지원 역시 사회서비스의 중요한 영역임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장애 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사업 형태로 도입하기에 적합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장애수용 상담, 동료상담, 가족상담, 직업적응 코칭, 자립생활 훈련, 보조공학 활용 교육,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합한 ‘장애 적응 바우처’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새로운 유형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 적응에 대한 체계적인 바우처제도가 필요하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특히 중도장애인, 진행성 장애인, 재활병원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장애인, 장애로 인해 직업 전환을 경험하는 장애인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신체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장애 적응 바우처는 심리적·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발달재활서비스가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장애 적응 바우처는 삶의 재구성과 사회참여를 목표로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는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장애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진정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장애인복지정책이 기능 회복과 일상생활 지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의 정책은 삶의 전환과 적응을 지원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통해 돌봄과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그 체계 안에 장애 적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포함할 때가 되었다. 장애 적응 바우처는 또 하나의 복지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장애인의 적응과 참여를 권리로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며,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바라보는 장애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이는 ICF와 장애인권리협약이 지향하는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의 가치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실천적 정책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돌봄의 확대가 아니다. 변화된 삶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이다. 이제 한국 장애인복지정책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