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81년 6월 5일이다. 이때도 편의시설 조항이 있었으나 “심신장애자가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1997년 4월 10일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약칭: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법을 안 지키는 곳이 많은 것 같다. 더구나 “장애인등편의법”은 1997년에 제정되었기에 그 이전에 건설된 곳은 어쩔 수가 없단다.

부산지하철 1호선은 금정구 노포동에서 범내골에 이르는 1단계 16.2㎞ 구간은 1985년 7월에 개통하였다. 그 후 몇 구간이 차츰 늘어나서 현재 부산지하철 1호선은 노포동에서 다대포까지 총연장 40.48㎞에 정류장 40개소가 설치되어 운영 중에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은 부산의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uploaded_6a0a7fec9ac14.jpg 부산지하철 노선도. ⓒ부산교통공사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1993년 4월 20일부터 장애인은 지하철이 무료라고 했다. 당시 서울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부산지하철 1호선에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는 아예 없었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지하철에 장애인 무임승차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부산지하철 2호선은 1991년 11월에 1단계 구간인 경상남도 양산시 호포∼서면 구간의 21.7㎞가 착공되어 1999년에 개통되었다. 2단계 구간인 서면∼장산의 16.3㎞ 구간은 2002년 8월에 개통되었다. 2호선은 부산광역시를 동서로 잇는 노선이었다.

1993년 4월 20일부터 부산지하철 요금이 장애인은 무료가 되었지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그림의 떡이었기에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에서는 장애인도 지하철에 승차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시위도 하고 공문도 보내곤 했다.

uploaded_6a0a7fec51d83.jpg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계단 위에 설치된 화장실. ⓒ이복남

그러나 1호선에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자리가 없다며 궁여지책으로 설치한 것이 장애인용 리프트였다. 그런데 장애인용 리프트는 수동휠체어용이었고 당시만 해도 수동휠체어를 이용하여 외출하는 장애인은 별로 없었기에 장애인 무임승차는 그냥 그렇게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혼자서도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자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여 지하철을 타려고 리프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프트는 수동휠체어용이었기에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부산철도공사에서는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가 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감시원을 세우기도 했고,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자 1호선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재 리프트는 거의 다 철거하고 서면에 한 군데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1호선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었고 “장애인등편의법”도 제정되었으므로 2호선에는 전 구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uploaded_6a0a7fecb81d6.jpg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고장 난 화장실 리프트. ⓒ이복남

필자에게도 지하철 관련으로 여러 가지 상담이 들어오는데 이번 상담은 사실 필자도 좀 부끄러웠다. 사연인즉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에 화장실이 계단 위에 있다는 것이다.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심한장애인 제오종 씨가 우연히 가야역에 갔다가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했더니 화장실은 계단 위에 있었고 리프트는 고장이라고 했다.

필자가 제오종 씨와 약속을 하고 가야역으로 갔다. 과연 화장실은 반 층 계단 위에 있었다. 리프트 옆에 벨이 있었다. 가야역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왔다. 리프트는 고장이었는데 마침 점검 중이라면서 리프트를 점검하는 수리기사 2명도 같이 왔다.

그런데 리프트가 고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리프트는 너무 작아서 전동스쿠터는 이용이 불가했다.

가야역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화장실이 왜 계단 위에 있는지를 물었더니 자기는 잘 모른다면서 본사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동안 가야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은 옆에 있는 부암역이나 동의대역으로 가라고 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uploaded_6a0a7fec6ce71.jpg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리프트에는 접근금지 팻말을 세웠다. ⓒ이복남

가야역 사무실은 1층에 있는데 화장실은 왜 저 높은 계단 위에 두었을까?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야역에는 주변에 공터가 많이 있어서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설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20여 년 동안이나 왜 이렇게 방치하고 있었을까.

사무실에 돌아와서 부산교통공사로 문의를 했다. 가야역 화장실이 왜 계단 위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필자를 밝히고 가야역 화장실이 왜 계단 위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부산교통공사 건설과에서 연락이 왔다. 2호선 가야역 설계 당시에 화장실을 설치할 곳이 마땅히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로 위에 설치했다고 했다.

화장실을 1층으로 옮기든가 아니면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설치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부산교통공사 측에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산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 화장실 문제를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라니,

uploaded_6a0a7fec876cf.jpg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화장실 계단 옆에 있는 공터. ⓒ이복남

예전에 1호선 개통할 때 자리가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각 역마다 엘리베이터가 다 설치되어 있다.

계단 위에 있는 화장실을 1층으로 옮기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금이라도 장애인들이 시위를 하고 데모를 해야만 방법을 모색할 것인가.

부산지하철 2호선 가야역 화장실의 접근성은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생리적 현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가야역에서는 이동의 제약으로 인해 큰 장벽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장애인 편의시설은 수많은 장애인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열매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장애인들이 저절로 주어진 것인 양 더 많이 누리고 있다. 그래서 어떤 곳의 엘리베이터에는 정작 필요한 장애인은 비장애인들에게 밀려서 접근조차 못 해 밀려나기 일쑤다.

교통약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극단적인 투쟁에 내몰리기 전에, 부산교통공사는 아직도 검토 중이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야역 화장실 접근성 개선은 편의증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차별 없는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벽(barrier)과 자유(free)를 합친 말로,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기술적 공정을 넘어,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사회적 인프라를 누려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가치의 실천적 약속이다.

가야역의 배리어프리 실천은 결코 특정 계층을 위한 시혜적인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부산교통공사가 구현해야 할 보편적 서비스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우리 사회 공공성의 수준을 증명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