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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고용 가로막는 장고법 시행령 개정

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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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고용 가로막는 장고법 시행령 개정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에서는 공고를 통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한다고 공고한바 있다.

개정 내용을 보면, 과연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고용문제에 대해 쥐꼬리만큼이라도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개정령안 제29조제5호를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해당 장애인의 인건비 등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 고용장려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제도 하에서 영세한 장애인단체 등에서는 사업비 지원과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중복해서 지급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이번 개정령안 제29조제5호는 삭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의무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에 지급되는데, 대다수의 영세한 장애인단체나 기관에서는 장애인을 의무고용률 이상 초과하여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3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건비가 포함된 사업비를 지원 받을 때, 반드시 장애인을 채용하라고 명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장애인단체나 기관들이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더 수월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채용했다는 것과 그 안에는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도 다수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영세한 장애인단체는 사업비 지원과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중복해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로 현행제도를 활용한 것뿐이며, 장려금을 받기 위해 장애인을 채용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중증장애인고용의 선례(先例)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중증장애인 취업은 힘들지만,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높은 취업문턱에서 좌절한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영세하지만 장애인단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적은 월급이지만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중증장애인근로자의 고백이 생각난다.

이렇게 일반사회와 기업에 중증장애인고용의 선례(先例)가 되어 온 영세한 장애인단체는 이번 개정령안 제29조제5호가 시행되면 고사(枯死) 당할 수밖에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단체 등에 근무하고 있는 중․경증 장애인의 고용유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영세한 장애인단체 등에서는 고용장려금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개정령안 제29조제5호가 시행되면 운영난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문을 닫는 장애인단체들이 속출하게 되고, 장애인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장애인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단체를 보호․육성하는 것도 국가의 책임인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묻고 싶다.

물론 고용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고용장려금 중복지급을 제한하는 취지에 일정부분 공감한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허위신청, 근로자 누락 등으로 부당하게 장려금을 타낸 사업주를 찾아내고 예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결정으로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을 사지로 내모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애인 고용문제를 해결하여 일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우리 협회는, 고용부가 이번 개정령안 제29조제5호를 삭제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며, 만일 시정되지 않는다면 장애계와 협력하여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2020. 5. 13.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