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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테레시아 위원장의 삶

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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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테레시아 위원장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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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법학자이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테레시아 데게너 위원장. ⓒ데일리칼닷오알쥐 에이블포토로 보기 독일의 법학자이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테레시아 데게너 위원장. ⓒ데일리칼닷오알쥐
독일의 장애계에도 국내와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름만 대도 ‘아, 그 사람이요!’ 하고 알 수 있는 경우이지요.

오늘 소개하는 세계 속의 장애 인물은 독일과 유럽, 그리고 유엔에서 장애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만한 장애인 여성입니다.

주인공은 독일의 응용과학대학의 법학과에서 법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테레지아 데게너씨입니다. 그녀는 교수이자, 학자,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한 활동가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그녀의 모습이 한국의 한 일간지에 실리기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에는 유엔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에게 그녀는 발을 내밀어 악수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데게너 의장은 두 발을 두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지체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겐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악수로 인사를 나누어야 할 상황이라면 데게너의장은 자신의 오른 발을 내밉니다. 사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위원장인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그녀에게는 일상인 셈입니다.

테레지아 데게너의장의 장애와 관련해서는 현대 의학사의 불행한 사건이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장애와 그 사건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배경이 있습니다.

1950년대 말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탈리도마이도’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은 임산부의 입덧을 완화시키고 수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판매되었습니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 이 약을 복용한 산모들에게서 출생한 아기들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뒤늦게 확인된 이 약의 부작용은 신생아들이 사지기형으로 출생한 것입니다. 이때는 이미 이 약이 유럽 전역에서 판매되었을 때였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 약을 복용한 일부 산모들에게서 약 1만2000여명의 아기들이 다리와 팔 등이 기형인 채로 태어났습니다.

제약회사는 즉시 이 약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피해자들과의 오랜 법적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현대 의학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 이 약의 부작용으로 어린 테레시아도 두 팔이 없이 출생하게 된 것입니다.

테레시아는 독일의 알텐베르거의 농촌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그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였습니다. 테레시아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당국은 특수학교에 다니라고 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장애인들은 특수학교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테레시아의 아버지는 이 규정에 맞서서 “자신이 감옥에 가도 좋다”며 투쟁을 벌인 끝에 딸이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테레시아는 자신이 처했던 편견과 차별에 맞서기 위해 법률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버클리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데게너 교수는 독일 정부의 법률 전문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법을 가르치면서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2014년 데게너교수는 장애인의 권리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연방 공화국의 연방 대통령으로부터 공로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법대 교수로,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학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데게너 의장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그녀의 존재감은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조금만 방심하거나 자본의 논리와 제약회사의 이익에 우선할 때는 어떠한 불행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유엔에서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의 그녀의 역활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국가의 유엔 대표들과 함께 전 세계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는 그녀의 활동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