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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친구, 흰지팡이 ‘케인’을 아시나요?

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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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친구, 흰지팡이 ‘케인’을 아시나요?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 백은주 그림책 작가는 말한다.

“늘 다니던 길에서 넘어지고,
계단에서 구르고, 가로수에 부딪쳐
몸에 상처 없는 날이 없었어요.
한번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철로에 떨어질 뻔하기도 하고
찻길인지 모르고 걷다가 차에 치일 뻔도 했어요.
······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표지. ⓒ최순자 에이블포토로 보기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표지. ⓒ최순자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흰지팡이 케인을 만났어요.
내가 손을 뻗으면 케인은 내 앞에 뭐가 있는지,
그곳에 어떤 곳인지 알려 주었어요(송기역·백은주,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백 작가가 분신과 같은 흰지팡이 ‘케인’을 들고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은 말했다.

“생긴 건 멀쩡한 애가 장님이라고, 에고 딱해라!”
“앞도 제대로 못 보면서 왜 함부로 나다니는 거야?”
“쯧쯧, 저러다가 사고 나면 어쩌려고!”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뒷표지 글. ⓒ최순자 에이블포토로 보기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뒷표지 글. ⓒ최순자
이런 말을 들은 그는 ‘케인’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예전과 같이 다친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케인’이 자기 대신 부딪히고 긁히면서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친구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지인 중 시각장애인이 있었다. 농촌에 살았지만 앞이 안 보여 주로 집에서만 지냈다. 그러다가 답답할 때는 가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회관에 놀러갔다.

그는 흰지팡이가 없었다. 집에서 마을회관까지 이어진 새끼줄이 그 역할을 해줬다. 세상을 떠난 그가 살았던 시절은 흰지팡이 조차도 흔치 않았다.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열악했다.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그림책 속 글. ⓒ최순자 에이블포토로 보기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그림책 속 글. ⓒ최순자
누구나 한 번쯤 흰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걷는 시각장애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흰지팡이를 ‘케인’이라고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 작가의 얘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에게 ‘케인’은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를 대신해 길을 안내하며 온갖 상처를 입는다.

혹시 길을 가다 흰지팡이 ‘케인’를 본다면, 불편해 하지 말고 백 작가가 친구로 여기듯, 한 사람처럼 여겨보자. 우리는 누군가 앞에서 사람이 오면 부딪히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케인’에게도 그렇게 해보자.

이런 교육은 가정교육과 장애통합반 학교 교육으로 어려서부터 하자. 배려하는 멋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밝은 세상이 그려진다.

* 출처 <송기역·백은주 글, 신두희 그림(2019). 케인 오늘도 잘 부탁해!. 양평: 고래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