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태풍 카눈에 희생된 두 장애인, 안전사고 아닌 재해피해 임성준 뎃글수 0 조회수 411 작성일자 2023.08.14 태풍 카눈에 희생된 두 장애인, 안전사고 아닌 재해피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부산 백스코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열렸다. 마침 이 기간에 카눈이라는 제6호 태풍이 한국을 찾아와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발표문을 듣기만 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발표문이 들어 있는 자료집이 제공되지 않음에 답답해했다. 자료집을 주최 측에 요구했으나 홈페이지에 있다고 잘못된 안내를 하였고 홈페이지에는 발표자 프로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북만 있었다. 컴퓨터를 가지고 행사에 참여한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핸드폰에서 줌으로 들어야 했는데 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전혀 자료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청각장애인 수어나 자막 제공만이 편의 제공이라고 여기는 행사 같았다. 행사의 발표문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행사가 아니라 마치 행사만 마치고 의전만 잘하면 성공하는 행사로 여기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이 행사 중에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대구에서 두 명의 장애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정전이나 침수피해는 있어도 인명피해는 오로지 장애인 두 명뿐인 재난이었다.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빗길을 가다가 사고가 난 현장(사고 당일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사고 다음 날 어느 정도 흙탕물이 빠진 상태. 여전히 산사면에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서인환 10일 오후 1시 10분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천교 아래 남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어느 언론에서도 그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200mm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을은 온통 물바다로 변했고 길과 논, 집의 마당을 구분할 수 없도록 흙탕물이 범벅이 되어 대피령이 내렸다. 하지만 누구도 청각장애인 A씨가 낙오된 것을 몰랐다. 위험해 대피를 해야 하니 장애인도 찾아 데리고 대피를 하였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하천에 시신으로 떠올라 죽은 상태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었고 아무도 그가 위험한 상태였던 것조차 알지 못했다. 위험방송을 들을 수 없었던 그가 늦게 위험을 감지하고 혼자 대피하다가 입은 피해였다. 오후 1시 45분경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사람이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 장소는 대구에 편입되어 있는 지역이지만 과거 대한중석 탄광이 있는 산의 입구에 위치한 곳이다. 냉천 사슴랜드에서 좌측으로 차로 약 40분을 가야 하는 곳이다. 신고자는 아내였다. 그날 대구의 장애인 콜택시인 나드리콜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태풍 카눈이 대구를 지나는 시간이었다. 평지에서 벗어나 산 입구에서부터 경사진 도로가 있었고 이 길을 통과해 집으로 가려면 300m 정도를 더 가야 했다. 태풍으로 인해 장애인콜택시도 일부 구간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내보낸 상태였다. 두 사람이 타고 온 차량 역시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면서 산 입구에 내려주고 돌아갔다. 빗물은 도로 위로 거세게 흐르고 있었고, 도로 좌측 산자락에서 빗물들이 모여 폭포처럼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차량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좁은 길의 왼쪽은 도랑이 있고 이 도랑은 길 밑으로 연결되어 오른쪽 계곡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동차도 위험하여 갈 수 없는 길을 휠체어 이용 장애인 B씨는 이 길을 통과해서 집으로 가야 했다. 아내는 휠체어를 타고 가는 남편이 비에 덜 젖도록 우산을 들고 뒤따라 걸었다. 경사가 급하면 갈 수 없는 것이 휠체어이고, 특히 비가 물바다가 되어 도로 위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전동휠체어가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헛바퀴가 돌고 오히려 물의 힘에 밀려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휠체어는 산자락으로 떨어지는 물을 모아 계곡으로 내려보내는 물웅덩이로 미끄러졌다. 그곳은 분수대처럼 물이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휠체어가 도랑에서 나뒹구는가 했더니 순식간에 B씨가 사라져버렸다. 블랙홀처럼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B씨가 아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내는 구조를 요청했지만 구조대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나 되었다. 장애인이 왜 이런 산기슭 외딴집에서 살고 있었을까? 안정된 주거를 그리고 안전한 주거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B씨는 수급자로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참으로 꿋꿋하게 살아왔다. 구조대가 100명 가까운 인력들을 동원하여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풀 섶까지 훑었으나 B씨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이 있은 다음날인 11일 사건 현장에서 2.4km나 떨어진 저수지인 상원지에 보트를 띄우고 수색을 시작했다. 결국 B씨는 12일 상원지 남쪽 입구 하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두 마리의 탐색견이 찾아내어 잠수부가 시신을 건져 올린 것이다. 그런데 중대본은 두 장애인의 피해를 재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처리했다. 10일 저녁에는 수사를 해 보고 차후에 재해로 인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고, 다음날에는 안전사고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 했으며, 12일은 안전사고라고 공식 처리한 것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재해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처리할 방향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재해는 지진이나 태풍 등의 피해를 말한다. 안전사고는 사고 당사자의 안전수칙 미이행이나 실수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하지만 안전사고라 할지라도 희생의 규모가 크면 재해로 간주한다. 두 장애인의 희생을 왜 안전사고로 처리한 것일까? 첫째는 늘 야당이 여당의 흠집을 찾고 있으니 이번 태풍은 매우 위험한 재난이었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다음으로 안전사고로 처리되면 이러한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공무원들은 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재해로 인한 보상금도 지불 하지 않아도 된다. 위로금을 지원하더라도 이는 자선의 의미가 된다. 희생자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개인의 실수로 난 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란 부족한 상태이니 대처를 할 충분한 능력이 없어 대처를 잘하지 못하여 생긴 피해라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처사이기도 하고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안전권이라는 권리적 접근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경사진 도로에 물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사고 다음 날도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다.(사진 왼쪽) 사고 현장 우측에 친환경 자연체험 놀이터가 보인다.(오른쪽) ©서인환 왜 재난인가? 희생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태풍이다. 안전수칙이 별도로 있어 장애인이 지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안전수칙이 없어서 보호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재난 시 위험 상황이 우려되면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마을회관 등 그곳으로 이동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규정이라도 필요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에게 재난을 가장 우선적으로 알리고 대피 시에 동행하도록 규정이 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장애인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실수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가난하여 변두리에 사는 것이다. 늘 다니던 길이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길바닥이 수영장의 미끄럼틀처럼 되어 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미끄럼틀 중앙에 내려놓으면 아래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장애가 있어 살 가능성이 적었다면, 대처능력이 부족했다면 장애인은 모든 재난에서 약자로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날 실수를 하는 자로 취급되고 만다. 태풍이 아니었다면 낙상이나 전복 사고가 있을 수는 있어도 사망까지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인명 사고는 태풍이 원인이지 개인의 안전사고가 절대 아닌 것이다. 안전사고로 처리한 것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이다. 위로를 하여도 시원치 않을 일에 어찌 이렇게 다시 상처를 안길 수 있는가? 비가 왔고, 홍수가 생겨 물량이 많아 일어난 일이다. 평소라면 물에 휩쓸릴 일도 없다. 그럼에도 태풍이 원인이 아니라 개인적 안전사고라니 말문이 막힌다. 장애인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재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운운하면서 사고를 막기는커녕 이런 엄청난 피해에 대하여 안전사고로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비양심적이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애도하고 죄스러워해야 하는 이들이 안전사고라고 말하고 나서니 어이가 없다. 장애인이라서 은폐하고 축소하는 행위는 재난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수색 과정에서부터 경찰과 동행하면서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회원의 희생에 대해 애도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희생자 가족과 장애인들은 희생의 아픔만이 아니라 재해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설움에 좌절감에 빠져 있다. 이전 다음 목록
태풍 카눈에 희생된 두 장애인, 안전사고 아닌 재해피해 임성준 뎃글수 0 조회수 411 작성일자 2023.08.14 태풍 카눈에 희생된 두 장애인, 안전사고 아닌 재해피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부산 백스코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열렸다. 마침 이 기간에 카눈이라는 제6호 태풍이 한국을 찾아와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발표문을 듣기만 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발표문이 들어 있는 자료집이 제공되지 않음에 답답해했다. 자료집을 주최 측에 요구했으나 홈페이지에 있다고 잘못된 안내를 하였고 홈페이지에는 발표자 프로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북만 있었다. 컴퓨터를 가지고 행사에 참여한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핸드폰에서 줌으로 들어야 했는데 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전혀 자료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청각장애인 수어나 자막 제공만이 편의 제공이라고 여기는 행사 같았다. 행사의 발표문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행사가 아니라 마치 행사만 마치고 의전만 잘하면 성공하는 행사로 여기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이 행사 중에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대구에서 두 명의 장애인이 죽음을 맞이했다. 정전이나 침수피해는 있어도 인명피해는 오로지 장애인 두 명뿐인 재난이었다.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빗길을 가다가 사고가 난 현장(사고 당일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사고 다음 날 어느 정도 흙탕물이 빠진 상태. 여전히 산사면에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서인환 10일 오후 1시 10분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천교 아래 남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어느 언론에서도 그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200mm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을은 온통 물바다로 변했고 길과 논, 집의 마당을 구분할 수 없도록 흙탕물이 범벅이 되어 대피령이 내렸다. 하지만 누구도 청각장애인 A씨가 낙오된 것을 몰랐다. 위험해 대피를 해야 하니 장애인도 찾아 데리고 대피를 하였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A씨는 하천에 시신으로 떠올라 죽은 상태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되었고 아무도 그가 위험한 상태였던 것조차 알지 못했다. 위험방송을 들을 수 없었던 그가 늦게 위험을 감지하고 혼자 대피하다가 입은 피해였다. 오후 1시 45분경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사람이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 장소는 대구에 편입되어 있는 지역이지만 과거 대한중석 탄광이 있는 산의 입구에 위치한 곳이다. 냉천 사슴랜드에서 좌측으로 차로 약 40분을 가야 하는 곳이다. 신고자는 아내였다. 그날 대구의 장애인 콜택시인 나드리콜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태풍 카눈이 대구를 지나는 시간이었다. 평지에서 벗어나 산 입구에서부터 경사진 도로가 있었고 이 길을 통과해 집으로 가려면 300m 정도를 더 가야 했다. 태풍으로 인해 장애인콜택시도 일부 구간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장애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내보낸 상태였다. 두 사람이 타고 온 차량 역시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면서 산 입구에 내려주고 돌아갔다. 빗물은 도로 위로 거세게 흐르고 있었고, 도로 좌측 산자락에서 빗물들이 모여 폭포처럼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차량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좁은 길의 왼쪽은 도랑이 있고 이 도랑은 길 밑으로 연결되어 오른쪽 계곡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동차도 위험하여 갈 수 없는 길을 휠체어 이용 장애인 B씨는 이 길을 통과해서 집으로 가야 했다. 아내는 휠체어를 타고 가는 남편이 비에 덜 젖도록 우산을 들고 뒤따라 걸었다. 경사가 급하면 갈 수 없는 것이 휠체어이고, 특히 비가 물바다가 되어 도로 위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니 전동휠체어가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헛바퀴가 돌고 오히려 물의 힘에 밀려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휠체어는 산자락으로 떨어지는 물을 모아 계곡으로 내려보내는 물웅덩이로 미끄러졌다. 그곳은 분수대처럼 물이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휠체어가 도랑에서 나뒹구는가 했더니 순식간에 B씨가 사라져버렸다. 블랙홀처럼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B씨가 아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내는 구조를 요청했지만 구조대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나 되었다. 장애인이 왜 이런 산기슭 외딴집에서 살고 있었을까? 안정된 주거를 그리고 안전한 주거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B씨는 수급자로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참으로 꿋꿋하게 살아왔다. 구조대가 100명 가까운 인력들을 동원하여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풀 섶까지 훑었으나 B씨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이 있은 다음날인 11일 사건 현장에서 2.4km나 떨어진 저수지인 상원지에 보트를 띄우고 수색을 시작했다. 결국 B씨는 12일 상원지 남쪽 입구 하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두 마리의 탐색견이 찾아내어 잠수부가 시신을 건져 올린 것이다. 그런데 중대본은 두 장애인의 피해를 재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처리했다. 10일 저녁에는 수사를 해 보고 차후에 재해로 인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고, 다음날에는 안전사고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 했으며, 12일은 안전사고라고 공식 처리한 것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재해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처리할 방향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재해는 지진이나 태풍 등의 피해를 말한다. 안전사고는 사고 당사자의 안전수칙 미이행이나 실수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하지만 안전사고라 할지라도 희생의 규모가 크면 재해로 간주한다. 두 장애인의 희생을 왜 안전사고로 처리한 것일까? 첫째는 늘 야당이 여당의 흠집을 찾고 있으니 이번 태풍은 매우 위험한 재난이었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다음으로 안전사고로 처리되면 이러한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공무원들은 지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재해로 인한 보상금도 지불 하지 않아도 된다. 위로금을 지원하더라도 이는 자선의 의미가 된다. 희생자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개인의 실수로 난 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란 부족한 상태이니 대처를 할 충분한 능력이 없어 대처를 잘하지 못하여 생긴 피해라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처사이기도 하고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장애인의 안전권이라는 권리적 접근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경사진 도로에 물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사고 다음 날도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다.(사진 왼쪽) 사고 현장 우측에 친환경 자연체험 놀이터가 보인다.(오른쪽) ©서인환 왜 재난인가? 희생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태풍이다. 안전수칙이 별도로 있어 장애인이 지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안전수칙이 없어서 보호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재난 시 위험 상황이 우려되면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도록 마을회관 등 그곳으로 이동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규정이라도 필요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에게 재난을 가장 우선적으로 알리고 대피 시에 동행하도록 규정이 있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장애인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실수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가난하여 변두리에 사는 것이다. 늘 다니던 길이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길바닥이 수영장의 미끄럼틀처럼 되어 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미끄럼틀 중앙에 내려놓으면 아래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장애가 있어 살 가능성이 적었다면, 대처능력이 부족했다면 장애인은 모든 재난에서 약자로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날 실수를 하는 자로 취급되고 만다. 태풍이 아니었다면 낙상이나 전복 사고가 있을 수는 있어도 사망까지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인명 사고는 태풍이 원인이지 개인의 안전사고가 절대 아닌 것이다. 안전사고로 처리한 것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이다. 위로를 하여도 시원치 않을 일에 어찌 이렇게 다시 상처를 안길 수 있는가? 비가 왔고, 홍수가 생겨 물량이 많아 일어난 일이다. 평소라면 물에 휩쓸릴 일도 없다. 그럼에도 태풍이 원인이 아니라 개인적 안전사고라니 말문이 막힌다. 장애인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재난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운운하면서 사고를 막기는커녕 이런 엄청난 피해에 대하여 안전사고로 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비양심적이고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애도하고 죄스러워해야 하는 이들이 안전사고라고 말하고 나서니 어이가 없다. 장애인이라서 은폐하고 축소하는 행위는 재난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수색 과정에서부터 경찰과 동행하면서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회원의 희생에 대해 애도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희생자 가족과 장애인들은 희생의 아픔만이 아니라 재해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설움에 좌절감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