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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시티투어버스를 자유로이 타고 싶다

임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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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시티투어버스를 자유로이 타고 싶다

휠체어 접근 관광버스 충분한 확보는 기본
전국 시티투어, 교통약자 접근 정보 제공 필수

가성비 좋은 관광 수단은 단연 버스투어(시티투어)라고 생각한다. 버스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다니는 맛도 나쁘지는 않다. 자가용으로 가면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에 비해 가성비도 나쁘지는 않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일본이나 스페인, 미국 뉴욕에서의 시티투어 경험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서울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 70곳 이상에서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전국시티투어정보표준 데이터에 의하면 전국에 300여 개의 관광코스가 운영 중이라고 하니 관심이 간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2층 투어버스는 휠체어의 탑승이 가능은 하지만 2층까지는 올라갈 수가 없다고 한다. 오래전에 일본 후쿠오카를 갔을 때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2층 투어버스에 올라 시내 야경 탐방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도 더 적극적인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

일본 후쿠오카,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2층 투어버스. ©여행박사 공식블러그 일본 후쿠오카,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2층 투어버스. ©여행박사 공식블러그

여수관광문화여행에서는 2층 버스(야간코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사가 배치된다고 하니 지자체의 격이 다르게 보인다.

필자가 사는 곳은 파주이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지만 파주의 곳곳을 다녀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최근 파주시티투어버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 나가서는 시티투어버스를 부담 없이 이용해 본 경험이 있어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너무 순진했나 보다.

파주시티투어 버스. ©파주시 파주시티투어 버스. ©파주시

사진으로 본 투어버스는 일반 관광버스였고 휠체어 탑승은 절대 불가능했다. 혹시나 하여 파주시청 관계자와 통화를 하였는데 계약기간이 있어 올해에는 차량 교체가 어렵고, 내년 사업자 공모를 할 때는 충분히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 고마워해야 하나?

이미 10년 전인 2012년 9월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A광역시가 위탁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탑승 편의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 등 장애인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차별행위라 판단하고 위와 같이 권고를 한 바가 있다. 이를 몰랐으면 무지한 것이고, 알았다면 직무 유기이다.

담당자는 사업자 공고를 할 때 관광약자에 대한 편의 제공에 가산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2022년 파주시티투어 위탁운영 과업지시서에는 관광약자나 휠체어 사용자에게 물리적으로 편의를 제공하라는 것은 없었다. 노인이나 등록장애인에게 탑승료할인에 대한 것만 있었다.

지자체도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제공에 명확한 조건을 부여해야 하고 가산점을 줄 것이 아니라 필수요인을 해야 할 것이다. 가산점으로 선정하면 편의시설이 없어도 선정이 될 것이 아닌가?

장애물 없는 시티투어를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이 시티투어에 탑승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권고하였다. 이보다 확실한 근거는 없다. 지자체마다 시티투어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곳도 있고 준비 중인 곳도 있을 텐데 관광약자를 위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적시하여야 한다. 아래의 예처럼 애매하게 ‘~할 수 있다.’의 조례를 만들면 관광약자의 관광향유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파주시 관광진흥 조례 일부. ©이찬우 파주시 관광진흥 조례 일부. ©이찬우

또 하나는 민간사업자가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리프트가 장착된 전세버스(관광버스)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일본은 2020년 기준으로 60,402대의 전세버스가 있고 그중 약 3%인 1,975대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휠체어 리프트 장착 버스와 저상버스)하다고 한다. 2025년까지 2,100대를 목표로 한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은 2020년 8월 현재 42,468대의 전세버스가 등록되어 있지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는 몇 대인지 파악도 안 된다. 0.1%도 안 될 것이다.

전세버스의 증차가 쉽지도 않다. 전세버스의 수급 조절을 위해 총량제(신규 등록 및 증차 제한)를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2년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데 신규로 증차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러나 예외 조항으로 무장애 관광을 위한 버스 구입은 가능하도록 틈새를 주면 가능하다.

민간업자들의 리프트 장착 버스확보를 위해서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휠체어 리프트 장착 전세버스의 증차가 필요하다. 2016년 고시 때 이런 방법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증차를 허용한 바가 있다.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이런 사항을 국토부에 요청을 하였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개조하는 비용도 대당 6천만 원 이상 든다는데 지원책이 없으면 민간업자는 굳이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리프트 차량 도입 비용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면 공적인 지원이 있어야 활성화될 수가 있다.

최근 정부가 내수 진작을 경제 활성화의 하나로 관광산업에 투자를 많이 할 모양인데 관광약자들의 이동권이 보장이 안 되는 차별적인 정책으로 가능하겠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산재하여 있는 전국의 시티투어버스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시티투어 통합 웹사이트는 열리지도 않는다. 이후에 카카오모빌리티-한국관광공사가 지역 상생·관광 활성화 위한 업무협약를 체결한 카카오T의 시티투어 정보도 빈약하고 관광약자 관련 정보는 없다.

지자체에 갈 때마다 각각의 시티투어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IT 강국으로는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관광약자를 위한 무장애 여행 정보에도 시티투어 현황을 올리고, 한국관광공사에도 관련 정보에 대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를 바란다.

모든 곳에 봄꽃이 만연하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호흡으로 집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솟구친다. 휠체어 사용자로서 자유로이 시티투어 관광에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