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한밭영상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실망실업, 장애인노동자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5 작성일자 2026.06.15 실망실업, 장애인노동자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정당한 편의 제공과 재활공학은 복지가 아니라 노동권이다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12 17:28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취업을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가 아닐까. 경제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하고 싶은 의지와 능력이 있음에도 반복적인 실패와 좌절 끝에 더 이상 구직을 시도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경제학은 이를 실망실업(Discouraged Unemployment)이라고 부른다. 실망실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특정 집단에게 지속적으로 "당신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다. 실망실업은 장애인 구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장애인은 취업 이전부터 채용 과정의 차별, 정보 접근의 한계, 이동권의 제약, 낮은 직업훈련 기회와 같은 장벽에 직면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거나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장 내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장애인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노동시장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개인의 능력이나 적응력의 문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은 장애 자체 보다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노동환경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의 핵심은 장애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정당한 편의 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적·제도적 조정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사로 설치, 장애인용 화장실, 화면낭독 프로그램, 점자자료, 수어통역, 문자통역,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직무재설계, 직무보조인 지원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원이 특별대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 안경을 허용하는 것이 특혜가 아니듯,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노동시장 참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진국은 왜 장애인 실망실업을 국가가 책임지는가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 문제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은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이 여전히 취업률과 의무고용률 중심의 정책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면, 선진국들은 장애인이 왜 노동시장을 떠나는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이들은 장애인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보다 취업 후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는 것을 더욱 심각한 사회적 손실로 인식한다. 영국: 장애인 노동권의 국가책임 모델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Access to Work 제도다. 영국은 장애인이 취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이 아닌 국가가 함께 부담한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통역 비용을 지원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낭독 프로그램과 점자정보단말기를 제공한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며, 필요에 따라 직무지원인과 개인비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장애인의 고용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장기 실업과 복지 의존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한다. 영국의 정책 철학은 명확하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 권리 중심의 편의 제공 미국은 장애인권리법(ADA)을 통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노동부가 지원하는 Job Accommodation Network(JAN)는 사업주와 장애인 노동자에게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어떤 보조공학기기가 필요한지,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연구 결과 대부분의 편의 제공 비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편의 제공은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거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결국 장애인 고용의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독일: 부담금을 투자로 전환하는 나라 독일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독일은 이를 단순한 벌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담금은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 직업재활 서비스, 재활공학기기 지원에 재투자된다. 전동 높이조절 책상, 특수 작업장비, 이동보조 장치, 작업보조 로봇 등이 지원되며, 장애로 인해 퇴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은 장애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복지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스웨덴: 직무를 장애인에게 맞추는 사회 스웨덴은 장애인이 직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한다. 오히려 직무가 장애인을 수용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직무재설계(Job Redesign)와 직무분할(Job Carving)이다. 기존 업무를 세분화하여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업무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직업재활 전문가, 재활공학 전문가, 작업치료사, 기업 담당자가 함께 참여한다. 장애인을 기존 노동시장에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을 장애인에게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 북유럽 국가들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재활공학을 의료기술이 아니라 노동정책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휠체어는 이동권을 보장하는 장치이고, 화면낭독기는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치이며, AAC는 의사소통권을 보장하는 장치이고, 직무보조기기는 노동권을 보장하는 장치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 재활공학은 장애인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 선진국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재활공학(Rehabilitation Engineering)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재활공학은 장애인의 기능 제한을 기술적으로 보완하여 직업 활동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분야이다. 화면낭독기, 점자정보단말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 특수 입력장치, 작업 자세 보조장치, 스마트 의수·의족 등은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장애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 노동시장 인프라다. 시각장애인은 화면낭독기를 통해 컴퓨터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자막 시스템과 문자통역 서비스를 통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상지장애인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문서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 장애인은 AAC를 통해 고객응대와 행정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AI 기반 음성인식, 실시간 자막 생성, 자동 문서 변환, 스마트 보조기기, 원격근무 시스템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직무 수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다. 이제 한국도 실망실업 정책을 도입할 때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오랫동안 취업률과 의무고용률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정책의 초점은 취업에서 고용유지로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국의 Access to Work와 같은 한국형 국가 지원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어통역, 직무지원인, 이동지원, 재활공학기기 지원 비용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담함으로써 기업과 장애인 모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둘째, 미국 JAN과 같은 국가 차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컨설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장애인 고용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전문적 지원이다. 셋째, 독일식 재활공학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작업환경 개선, 스마트 보조공학기기 지원, 직무재설계 사업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별 「장애인 직무환경개선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재활공학 전문가, 직업재활사, 작업치료사, 노무사 등이 함께 참여하여 사업장에 맞는 편의 제공 방안을 제안하고 고용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장애인 고용정책의 평가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취업률만 볼 것이 아니라 고용유지율, 평균 근속기간, 편의 제공 이행률, 직무만족도, 경력개발 수준 등을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여섯째, 국가 차원의 장애인 실망실업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이 왜 노동시장을 떠나는지, 어떤 지원이 부족했는지를 분석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일곱째,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실질적 권리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편의 제공 거부에 대한 실효적 구제수단과 감독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고용정책을 특정 집단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질병으로 인한 중도장애의 확대는 누구나 장애를 경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장애인 고용정책을 특정 집단 정책이 아니라 미래 노동시장 정책으로 이해한다. 오늘의 장애인 편의 제공은 내일의 고령 노동자를 위한 제도이고, 오늘의 재활공학은 미래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기술이다. 따라서 정당한 편의 제공과 재활공학 지원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초고령사회가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 할 사회적 인프라이며, 모든 시민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투자이다. 실망실업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제공해야 할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다. 장애인을 노동시장에 적응시키려는 사회는 결국 더 많은 실망실업을 만들어낼 뿐이다. 반대로 노동시장을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사회는 더 많은 시민에게 일할 기회와 존엄을 제공한다. 장애인 실망실업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정당한 편의 제공을 권리로 보장하고, 재활공학을 복지가 아닌 국가적 고용 인프라로 인식하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포용국가와 복지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의 노동정책이다. 이전 다음 목록
실망실업, 장애인노동자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5 작성일자 2026.06.15 실망실업, 장애인노동자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정당한 편의 제공과 재활공학은 복지가 아니라 노동권이다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6.12 17:28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취업을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가 아닐까. 경제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하고 싶은 의지와 능력이 있음에도 반복적인 실패와 좌절 끝에 더 이상 구직을 시도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경제학은 이를 실망실업(Discouraged Unemployment)이라고 부른다. 실망실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특정 집단에게 지속적으로 "당신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다. 실망실업은 장애인 구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장애인은 취업 이전부터 채용 과정의 차별, 정보 접근의 한계, 이동권의 제약, 낮은 직업훈련 기회와 같은 장벽에 직면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거나 장애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장 내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장애인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노동시장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개인의 능력이나 적응력의 문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은 장애 자체 보다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노동환경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의 핵심은 장애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정당한 편의 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적·제도적 조정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사로 설치, 장애인용 화장실, 화면낭독 프로그램, 점자자료, 수어통역, 문자통역,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직무재설계, 직무보조인 지원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원이 특별대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 안경을 허용하는 것이 특혜가 아니듯,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노동시장 참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진국은 왜 장애인 실망실업을 국가가 책임지는가 장애인 노동자의 실망실업 문제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각은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이 여전히 취업률과 의무고용률 중심의 정책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면, 선진국들은 장애인이 왜 노동시장을 떠나는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이들은 장애인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보다 취업 후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는 것을 더욱 심각한 사회적 손실로 인식한다. 영국: 장애인 노동권의 국가책임 모델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Access to Work 제도다. 영국은 장애인이 취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이 아닌 국가가 함께 부담한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통역 비용을 지원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낭독 프로그램과 점자정보단말기를 제공한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며, 필요에 따라 직무지원인과 개인비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국 정부는 장애인의 고용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장기 실업과 복지 의존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한다. 영국의 정책 철학은 명확하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 권리 중심의 편의 제공 미국은 장애인권리법(ADA)을 통해 정당한 편의 제공을 법적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노동부가 지원하는 Job Accommodation Network(JAN)는 사업주와 장애인 노동자에게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어떤 보조공학기기가 필요한지,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연구 결과 대부분의 편의 제공 비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편의 제공은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거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결국 장애인 고용의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독일: 부담금을 투자로 전환하는 나라 독일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독일은 이를 단순한 벌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담금은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 직업재활 서비스, 재활공학기기 지원에 재투자된다. 전동 높이조절 책상, 특수 작업장비, 이동보조 장치, 작업보조 로봇 등이 지원되며, 장애로 인해 퇴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은 장애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복지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스웨덴: 직무를 장애인에게 맞추는 사회 스웨덴은 장애인이 직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한다. 오히려 직무가 장애인을 수용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직무재설계(Job Redesign)와 직무분할(Job Carving)이다. 기존 업무를 세분화하여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업무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직업재활 전문가, 재활공학 전문가, 작업치료사, 기업 담당자가 함께 참여한다. 장애인을 기존 노동시장에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을 장애인에게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 북유럽 국가들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재활공학을 의료기술이 아니라 노동정책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휠체어는 이동권을 보장하는 장치이고, 화면낭독기는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치이며, AAC는 의사소통권을 보장하는 장치이고, 직무보조기기는 노동권을 보장하는 장치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 재활공학은 장애인 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 선진국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재활공학(Rehabilitation Engineering)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재활공학은 장애인의 기능 제한을 기술적으로 보완하여 직업 활동과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분야이다. 화면낭독기, 점자정보단말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 특수 입력장치, 작업 자세 보조장치, 스마트 의수·의족 등은 단순한 보조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장애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 노동시장 인프라다. 시각장애인은 화면낭독기를 통해 컴퓨터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자막 시스템과 문자통역 서비스를 통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상지장애인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문서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 장애인은 AAC를 통해 고객응대와 행정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AI 기반 음성인식, 실시간 자막 생성, 자동 문서 변환, 스마트 보조기기, 원격근무 시스템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직무 수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다. 이제 한국도 실망실업 정책을 도입할 때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오랫동안 취업률과 의무고용률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정책의 초점은 취업에서 고용유지로 이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국의 Access to Work와 같은 한국형 국가 지원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어통역, 직무지원인, 이동지원, 재활공학기기 지원 비용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담함으로써 기업과 장애인 모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둘째, 미국 JAN과 같은 국가 차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컨설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장애인 고용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전문적 지원이다. 셋째, 독일식 재활공학 투자기금을 조성하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작업환경 개선, 스마트 보조공학기기 지원, 직무재설계 사업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별 「장애인 직무환경개선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재활공학 전문가, 직업재활사, 작업치료사, 노무사 등이 함께 참여하여 사업장에 맞는 편의 제공 방안을 제안하고 고용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장애인 고용정책의 평가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취업률만 볼 것이 아니라 고용유지율, 평균 근속기간, 편의 제공 이행률, 직무만족도, 경력개발 수준 등을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여섯째, 국가 차원의 장애인 실망실업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이 왜 노동시장을 떠나는지, 어떤 지원이 부족했는지를 분석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일곱째,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실질적 권리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편의 제공 거부에 대한 실효적 구제수단과 감독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고용정책을 특정 집단을 위한 복지정책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질병으로 인한 중도장애의 확대는 누구나 장애를 경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장애인 고용정책을 특정 집단 정책이 아니라 미래 노동시장 정책으로 이해한다. 오늘의 장애인 편의 제공은 내일의 고령 노동자를 위한 제도이고, 오늘의 재활공학은 미래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기술이다. 따라서 정당한 편의 제공과 재활공학 지원은 장애인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초고령사회가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 할 사회적 인프라이며, 모든 시민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투자이다. 실망실업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제공해야 할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다. 장애인을 노동시장에 적응시키려는 사회는 결국 더 많은 실망실업을 만들어낼 뿐이다. 반대로 노동시장을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사회는 더 많은 시민에게 일할 기회와 존엄을 제공한다. 장애인 실망실업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정당한 편의 제공을 권리로 보장하고, 재활공학을 복지가 아닌 국가적 고용 인프라로 인식하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포용국가와 복지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의 노동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