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한밭영상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장애인의 목소리는 환영받지만, 장애인 출연자는 환영받고 있는가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8.11 장애인의 목소리는 환영받지만, 장애인 출연자는 환영받고 있는가 KBS 제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12년 출연을 내려놓으며 기자명칼럼니스트 하석미 입력 2026.08.10 14:10 수정 2026.08.10 16:18 댓글 2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마이크는 켜졌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석미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 한 달에 두세 번씩 방송국으로 향했던 시간. 라디오를 듣는 사람에게는 몇 분간 흘러나오는 여행 이야기지만, 그 몇 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는 3~4일, 취재지가 먼 지역이라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소개해 온 여행지는 단순히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장애인이 실제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12년의 시간, 몇 분의 방송 뒤에 있었던 것 여행지를 정하는 순간부터 취재가 시작됐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있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장애인 화장실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인터넷에 ‘장애인 이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수도 없었다. 막상 가보면 출입구에 턱이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장애인 화장실 문이 잠겨 있거나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럴 때면 관리자를 찾아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개선이 필요한 시설에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시 확인해 방송에 담았다. 내가 직접 가보고 이용할 수 있어야 다른 휠체어 이용자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확인하고, 사진과 정보를 정리하고, 다시 원고를 썼다.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내가 먼저 다녀온 경험이 누군가에게 “나도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되고,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이 방송을 계속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방송했다. 그런데 방송을 내려놓으며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장애인의 목소리는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애인 당사자의 시간과 경험도 우리는 같은 무게로 존중하고 있을까. 방송국에 가는 것부터 다른 장애인 출연자의 현실 장애인 출연자에게 방송국에 가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출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휠체어 사용인은 이동지원 차량을 예약해야 해고, 배차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하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도 생각해야 한다. 폭염이나 폭설처럼 날씨가 극단적인 날이면 그 부담은 훨씬 커진다. 그렇다고 생방송의 원칙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12년 동안 가능한 한 방송국에 직접 가서 생방송에 참여했다. 사정이 있을 때는 제작진과 협의해 전화 연결이나 사전녹음을 이용하기도 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개인 일정과 여러 상황 때문에 생방송과 사전녹음을 병행했고, 그 기간 사전녹음은 모두 세 차례였다. 어떤 달에는 두 번 모두 생방송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방송과 녹음을 모두 마친 뒤 담당 PD에게 “왜 요즘 계속 녹음을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전에는 안 바빴느냐”, “녹음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는 말이 이어졌고, “바쁘면 그만둬도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왜 녹음을 해야 했는지 먼저 묻는 대화는 없었다. 앞으로 생방송 참여가 어렵다면 전화 연결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도 없었다. 세 차례의 사전녹음이 어느 순간 ‘계속 녹음하는 출연자’의 문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녹음을 해야 한다면 방송을 계속하기 어려운 것이냐고.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누구의 사정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원칙 그런데 그날 뜻밖의 문자를 하나 받았다. 내가 마지막 녹음을 하고 있는 사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였다. 다음달 담당 PD의 일정 때문에 방송분을 미리 녹음해야 하니 생방송을 하러 오는 날 사전녹음도 함께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한참 바라봤다. 화가 났다기보다 이상했다. 출연자의 사정으로 필요한 녹음은 제작진에게 부담이 되는데, 제작진의 사정으로 필요한 녹음은 자연스럽게 출연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일까. 사전녹음을 언제든 허용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에는 제작 일정이 있고 생방송을 원칙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출연해 온 나 역시 그 원칙을 존중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규정이나 원칙보다 먼저 사람의 상황을 물어볼 수는 없었을까? “요즘 무슨 사정이 있으세요?” “생방송 참여가 어려우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 짧은 대화가 먼저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애 감수성이나 배려는 반드시 거창한 제도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동은 괜찮으셨어요?” “날씨가 너무 더운데 전화로 연결하는 것이 나을까요?” “생방송이 어려우면 어떤 방법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상대의 상황을 먼저 묻는 말 한마디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의 삶과 권리, 사회참여를 이야기하는 방송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애 특성 때문에 말이 조금 느릴 수도 있다. 방송 도중 기침이 나올 수도 있고, 한 문장을 말하는 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방송국에 도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것은 방송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함’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다.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송이라면 그 현실을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지우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는 방송에서, 함께 만드는 방송으로 12년 동안 여행지를 취재하면서 쌓은 정보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직접 길을 지나며 경사를 느꼈고, 출입구의 턱을 확인했다. 엘리베이터에 직접 들어가 보고 장애인 화장실도 실제로 이용해 봤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정보가 휠체어 이용자에게 정말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단순한 ‘경험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현장을 다니며 축적한 지식이고, 장애인 당사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전문성이다. 방송에서 출연자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들여온 시간과 노력, 장애인 당사자로서 쌓아 온 경험까지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일을 개인적인 서운함으로만 남기고 싶지는 않다. 누가 출연하든 장애인 당사자를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방송의 한 주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방송하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출연시키는 것과 장애인 당사자를 방송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 인정하는 것도 다르다. 장애인을 위한 방송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방송이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장애 특성과 삶의 조건을 얼마나 이해하려 하는지, 함께 일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도 중요하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가져와 담는 방송을 넘어, 장애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하며 함께 만드는 방송. 공영방송의 장애인 프로그램이라면 그 차이를 누구보다 먼저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12년 동안 함께했던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다음에 그 자리에 앉게 될 또 다른 장애인 출연자에게는 먼저 사정을 묻고, 함께 방법을 찾고, 한 사람의 경험과 시간을 존중해 주는 방송이었으면 한다. 결국 장애 감수성은 장애인을 이야기하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전 다음 목록
장애인의 목소리는 환영받지만, 장애인 출연자는 환영받고 있는가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8.11 장애인의 목소리는 환영받지만, 장애인 출연자는 환영받고 있는가 KBS 제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12년 출연을 내려놓으며 기자명칼럼니스트 하석미 입력 2026.08.10 14:10 수정 2026.08.10 16:18 댓글 2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마이크는 켜졌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석미 【에이블뉴스 하석미 칼럼니스트】 한 달에 두세 번씩 방송국으로 향했던 시간. 라디오를 듣는 사람에게는 몇 분간 흘러나오는 여행 이야기지만, 그 몇 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는 3~4일, 취재지가 먼 지역이라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소개해 온 여행지는 단순히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다. ‘장애인이 실제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12년의 시간, 몇 분의 방송 뒤에 있었던 것 여행지를 정하는 순간부터 취재가 시작됐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있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장애인 화장실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인터넷에 ‘장애인 이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수도 없었다. 막상 가보면 출입구에 턱이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장애인 화장실 문이 잠겨 있거나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럴 때면 관리자를 찾아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개선이 필요한 시설에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시 확인해 방송에 담았다. 내가 직접 가보고 이용할 수 있어야 다른 휠체어 이용자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확인하고, 사진과 정보를 정리하고, 다시 원고를 썼다.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내가 먼저 다녀온 경험이 누군가에게 “나도 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되고,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이 방송을 계속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방송했다. 그런데 방송을 내려놓으며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장애인의 목소리는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애인 당사자의 시간과 경험도 우리는 같은 무게로 존중하고 있을까. 방송국에 가는 것부터 다른 장애인 출연자의 현실 장애인 출연자에게 방송국에 가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출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휠체어 사용인은 이동지원 차량을 예약해야 해고, 배차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하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도 생각해야 한다. 폭염이나 폭설처럼 날씨가 극단적인 날이면 그 부담은 훨씬 커진다. 그렇다고 생방송의 원칙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12년 동안 가능한 한 방송국에 직접 가서 생방송에 참여했다. 사정이 있을 때는 제작진과 협의해 전화 연결이나 사전녹음을 이용하기도 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개인 일정과 여러 상황 때문에 생방송과 사전녹음을 병행했고, 그 기간 사전녹음은 모두 세 차례였다. 어떤 달에는 두 번 모두 생방송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방송과 녹음을 모두 마친 뒤 담당 PD에게 “왜 요즘 계속 녹음을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전에는 안 바빴느냐”, “녹음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는 말이 이어졌고, “바쁘면 그만둬도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왜 녹음을 해야 했는지 먼저 묻는 대화는 없었다. 앞으로 생방송 참여가 어렵다면 전화 연결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도 없었다. 세 차례의 사전녹음이 어느 순간 ‘계속 녹음하는 출연자’의 문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녹음을 해야 한다면 방송을 계속하기 어려운 것이냐고.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누구의 사정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원칙 그런데 그날 뜻밖의 문자를 하나 받았다. 내가 마지막 녹음을 하고 있는 사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였다. 다음달 담당 PD의 일정 때문에 방송분을 미리 녹음해야 하니 생방송을 하러 오는 날 사전녹음도 함께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한참 바라봤다. 화가 났다기보다 이상했다. 출연자의 사정으로 필요한 녹음은 제작진에게 부담이 되는데, 제작진의 사정으로 필요한 녹음은 자연스럽게 출연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일까. 사전녹음을 언제든 허용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에는 제작 일정이 있고 생방송을 원칙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출연해 온 나 역시 그 원칙을 존중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규정이나 원칙보다 먼저 사람의 상황을 물어볼 수는 없었을까? “요즘 무슨 사정이 있으세요?” “생방송 참여가 어려우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 짧은 대화가 먼저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애 감수성이나 배려는 반드시 거창한 제도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동은 괜찮으셨어요?” “날씨가 너무 더운데 전화로 연결하는 것이 나을까요?” “생방송이 어려우면 어떤 방법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상대의 상황을 먼저 묻는 말 한마디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의 삶과 권리, 사회참여를 이야기하는 방송이라면 더욱 그렇다. 장애 특성 때문에 말이 조금 느릴 수도 있다. 방송 도중 기침이 나올 수도 있고, 한 문장을 말하는 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방송국에 도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것은 방송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함’이 아니다. 그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다.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송이라면 그 현실을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지우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는 방송에서, 함께 만드는 방송으로 12년 동안 여행지를 취재하면서 쌓은 정보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직접 길을 지나며 경사를 느꼈고, 출입구의 턱을 확인했다. 엘리베이터에 직접 들어가 보고 장애인 화장실도 실제로 이용해 봤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정보가 휠체어 이용자에게 정말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단순한 ‘경험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현장을 다니며 축적한 지식이고, 장애인 당사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전문성이다. 방송에서 출연자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들여온 시간과 노력, 장애인 당사자로서 쌓아 온 경험까지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일을 개인적인 서운함으로만 남기고 싶지는 않다. 누가 출연하든 장애인 당사자를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방송의 한 주체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방송하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프로그램에 장애인을 출연시키는 것과 장애인 당사자를 방송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 인정하는 것도 다르다. 장애인을 위한 방송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방송이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장애 특성과 삶의 조건을 얼마나 이해하려 하는지, 함께 일하는 장애인 당사자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도 중요하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가져와 담는 방송을 넘어, 장애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하며 함께 만드는 방송. 공영방송의 장애인 프로그램이라면 그 차이를 누구보다 먼저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12년 동안 함께했던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다음에 그 자리에 앉게 될 또 다른 장애인 출연자에게는 먼저 사정을 묻고, 함께 방법을 찾고, 한 사람의 경험과 시간을 존중해 주는 방송이었으면 한다. 결국 장애 감수성은 장애인을 이야기하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