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HOME 커뮤니티 복지뉴스 공지사항 보도자료 한밭영상 캘린더 복지뉴스 백일장 전시회 복지뉴스 AI 시대 이중노동시장에 갇힌 중증장애인 노동과 일의 재설계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8.11 AI 시대 이중노동시장에 갇힌 중증장애인 노동과 일의 재설계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8.10 17:42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는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을 고용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관점에서 보면 고용률의 상승이 반드시 노동권의 확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용계약이 존재하더라도 저임금, 단시간, 비정규직, 승진 배제와 불안정한 고용이 결합 되어 있다면 그것은 노동시장에 대한 실질적 통합이라기보다 주변부로의 편입에 가깝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은 ‘고용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중증·경증이라는 구분은 장애인의 노동능력을 의학적 등급으로 환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동, 의사소통, 인지, 자기관리와 작업 수행 과정에서 더 많은 환경적 조정과 인적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이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어떠한 구조적 불이익을 경험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분석적 구분이다. 중증장애인의 낮은 고용률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고용의 질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5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고용률은 24.2%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38.3%보다 14.1%포인트 낮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각각 25.3%와 40.0%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반면 실업률은 4.5%와 4.3%로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결과는 중증장애인의 고용 문제가 실업 상태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취업 가능성에 대한 체념, 적절한 일자리의 부재, 이동과 돌봄의 부담, 반복된 고용 실패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밖으로 밀려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한 이후의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중증장애인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26.0%에 불과하지만 경증장애인은 36.1%이며,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74.0%와 63.9%에 이른다. 시간제 근로 비율도 중증장애인은 57.2%로 경증장애인의 41.6%보다 훨씬 높다. 월평균 임금은 중증장애인이 163만 원, 경증장애인이 221만 6천 원으로 약 58만 6천 원의 차이가 난다. 중증장애인의 일반사업체 취업 비율은 48.7%에 머무르는 반면 직업재활시설 취업 비율은 17.8%에 이른다. 경증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 취업 비율이 0.6%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 정도에 따라 노동시장의 진입 경로 자체가 분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도 66.4%로 전체 인구의 38.2%를 크게 웃돈다. 장애인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38만 4천 원으로 장애인 정규직 임금 345만 3천 원의 40.1% 수준이며, 장애인 비정규직 가운데 43.5%는 월 100만 원 미만을 받는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장애인 정규직은 87.0%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45.4%에 그친다. 장애인의 비정규직화는 단순히 계약기간이 짧다는 의미를 넘어 저임금과 사회보험 배제, 직업훈련 및 승진 기회의 부족이 중첩되는 과정이다. 장애인 노동시장은 왜 이중구조를 재생산하는가 이러한 현실은 Doeringer와 Piore가 설명한 이중노동시장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차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안정된 계약, 사회보험, 직업훈련과 내부 승진체계를 제공하는 반면, 2차 노동시장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제한된 숙련 형성과 높은 이직률을 특징으로 한다. 정규직과 1차 노동시장, 비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정규직·단시간·저임금·사회보험 배제라는 불리한 조건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이중노동시장 구조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장애인 노동정책은 얼마나 많은 장애인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지위, 발전 가능한 경력을 가진 시민으로 일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국내 연구도 이러한 고착성을 확인한다. 변민수·김재호·최원석(2016)]은 장애인의 저임금 상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전의 저임금 경험에 의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태의존성을 갖는다고 분석하였다. 임예직·문영민(2020)은 임금근로 장애인의 61.2%가 불안정 노동에 해당하며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중증장애인이 2차 노동시장에 일단 진입하면 숙련을 축적하여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현행 고용정책은 이러한 질적 격차를 충분히 교정하지 못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고용인원을 가중하여 산정하는 제도는 기업의 고용 유인을 높였지만, 고용의 질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았다. 강의영(2025)은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 제도가 양적 고용 증가에는 기여했지만 상용직 전환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었으며, 임금이나 종사상 지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하였다. 고용인원 중심의 인센티브가 유지되는 한 기업은 안정적인 경력직무를 개발하기보다 단시간·보조적 직무를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도에 대응할 수 있다. AI와 재택근무는 자동으로 장애인의 노동권을 확대하지 않는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중증장애인의 노동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음성인식과 자막 생성, 대체입력장치, 화면읽기 프로그램, 인지적 과업을 지원하는 작업순서 안내,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서작성 보조, 원격 직무지도는 신체적·감각적·인지적 제약과 직무환경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통근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는 이동 장벽을 낮추고, 치료와 휴식시간을 조정하면서 노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유력한 합리적 편의가 된다. 그러나 기술의 존재와 기술에 대한 접근은 동일하지 않다. 미국의 장애인 노동자를 분석한 Kruse 등(2022)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5월 재택근무 비율은 비장애인 근로자가 35.8%였던 데 비해 장애인 근로자는 25.7%에 그쳤다. 장애인이 저임금 서비스직과 현장직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무에 진입할 기회부터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에서도 재택근무의 혜택은 학력이 높고 사무·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장애인에게 편중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더라도 장애인이 원격 아웃소싱, 플랫폼 노동이나 단순 데이터 작업에 집중된다면 근무 장소만 가정으로 옮겨졌을 뿐 2차 노동시장의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재택근무는 통근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조직적 고립, 교육과 승진 기회의 축소, 과도한 성과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화면읽기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 업무 플랫폼, 자동 자막의 낮은 정확도,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화상회의, 가정 내 작업공간과 보조기기 비용도 새로운 장벽이 된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장애인을 직장에서 보이지 않게 분리하는 조치가 아니라 출근·재택·하이브리드 근무를 노동자가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로 설계되어야 한다. 잡셰어링 역시 단순한 단시간 근로와 구별되어야 한다. 잡셰어링은 두 사람이 하나의 온전한 직무와 책임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 장애인이나 치료 일정과 노동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관리직과 전문직을 포함한 양질의 직무에 접근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다만 하나의 정규직을 두 개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 중증장애인의 비정규직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임금과 사회보험, 교육과 승진 기회가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보장되고, 업무 인계시간이 유급노동으로 인정되며, 공동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하게 배분될 때 잡셰어링은 비로소 장애인 맞춤형 고용의 의미를 갖는다. AI도 동일한 양면성을 지닌다. OECD의 장애인 고용과 AI 분석은 AI가 직무매칭과 보조공학, 업무수행 지원을 개선할 수 있는 반면 과거의 채용 및 근속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기존 차별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표정, 시선, 음성과 말하기 속도를 분석하는 자동 면접은 특정 장애 특성을 직무능력 부족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생산성을 키보드 입력량이나 온라인 접속 시간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휴식과 보조기술이 필요한 노동자를 불리하게 만든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 역시 AI 채용 도구가 장애인을 배제할 수 있으며, 자동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장애인법상의 합리적 편의와 차별 금지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장애정책 선진국은 유연근무를 권리와 지원체계의 문제로 다룬다 장애정책 선진국의 대응에서 주목할 점은 재택근무와 잡셰어링을 장애인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일자리로 격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연한 근무를 보편적인 노동제도로 인정하고, 장애로 인해 필요한 경우에는 합리적 편의로 보호하며, 그 실행비용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결합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채용 첫날부터 근무시간과 장소, 근무형태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공식 유연근무 제도는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뿐 아니라 두 사람이 하나의 직무를 공유하는 잡셰어링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든 요청을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는 절대적 권리는 아니지만, 유연근무를 고용주의 시혜가 아니라 공식적인 노사협의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전문 보조기기와 소프트웨어, 수어통역, 직무지도원, 이동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며 재택·하이브리드 근무자의 가정도 작업장으로 인정한다. 영국 공공부문은 별도의 잡셰어링 지원체계를 운영하여 관리직과 고위직에서도 직무공유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모든 장애인에게 일률적으로 부여되는 권리는 아니지만, 직무의 본질적 기능을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경우 미국 장애인법에 따른 합리적 편의가 될 수 있다. 호주 또한 일정 요건을 갖춘 장애인 근로자에게 유연근무 요청권을 보장하며, 공식 안내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한 직무를 다른 근로자와 나누어 수행하는 잡셰어링을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 제시한다. Employment Assistance Fund는 작업장 개조와 보조기기, 의사소통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 유럽연합의 접근은 여기에 알고리즘 규율을 결합한다. EU 장애인 권리전략은 개방적 노동시장에서의 합리적 편의와 고용평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EU AI법의 규제체계는 채용, 승진, 해고와 근로자 관리에 사용되는 상당수 AI 시스템을 고위험 영역으로 다룬다. 이는 장애인에게 AI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데이터의 편향과 접근성, 인간에 의한 재검토,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의 핵심은 특정 국가의 제도를 모방하는 데 있지 않다. 유연근무를 노동자의 권리로 제도화하고,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며, AI가 장애인을 선별하고 감시하는 과정에 공적 규율을 적용하는 세 요소가 함께 작동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직업재활과 보조공학은 사람을 직무에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증장애인의 고용정책이 이중노동시장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직업재활의 목표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통적인 직업재활은 개인의 기능을 평가한 뒤 수행 가능한 직종을 찾아 배치하는 방식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이 접근은 기존 직무의 시간, 장소, 생산방식을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장애인에게 그 기준에 적응하도록 요구한다. 그 결과 선택 가능한 직무가 청소, 포장, 단순조립과 같은 저임금 직종으로 축소되기 쉽다. 직업재활은 장애인의 기능을 판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직무를 재설계하는 전문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직무의 본질적 기능과 부수적 기능을 구분하고, 재택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업과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을 분석하며, 작업시간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지, 동료와 과업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어떠한 보조기술과 인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직업재활사, 재활 공학 전문가, 사용자와 현장관리자, 동료 근로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지원고용도 보호된 장소에 중증장애인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 노동시장에서 실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뒤 현장에서 훈련과 지원을 제공하는 ‘선배치 후훈련’ 원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운환(2016)]이 강조한 지속적 지원고용과 김기룡(2022)의 맞춤형 고용 논의는 중증장애인의 직무를 기존의 빈자리에 맞추기보다 개인의 강점과 지원 필요에 따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조공학 역시 기기 한 대를 지급하고 사업을 종료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택근무 환경의 인간공학적 설계, 접근 가능한 협업 플랫폼, 대체입력과 의사소통 기기, AI 기반 작업지원, 정보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기기 사용훈련, 고장 시 신속한 수리와 직무변경에 따른 재평가가 연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전영환·이근민(2013)은 보조공학서비스가 이직 감소와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긍정적으로 관련된다고 보고하였으며, 최준수 외(2022)는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한 근로자의 평균 고용유지 기간이 20.47개월로 기성제품 이용자의 13.95개월보다 길었다고 밝혔다. 보조공학은 복지용품이 아니라 고용안정성과 생산성, 경력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용정책의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고용인원과 의무고용률을 넘어 임금, 계약 안정성, 사회보험, 근로시간의 적정성, 교육과 승진, 고용유지와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과 사회보험, 경력개발, 고용유지를 달성한 기업에 더 큰 지원을 제공하는 질 연동형 제도가 필요하다. 재택근무와 잡셰어링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별도 사업이 아니라 정규직과 전문직을 포함한 모든 직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편의로 자리 잡아야 한다.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은 사업장에 귀속시키기보다 근로자를 따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 이직하거나 출근근무에서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하더라도 지원이 단절되지 않는 개인 중심의 통합예산이 요구된다. AI 채용과 성과평가 시스템에는 장애영향평가와 접근성 검증, 당사자의 설명 요구권과 인간에 의한 재심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저임금 구조의 개선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인가를 전제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의 차이를 개인의 임금 삭감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작업환경과 직무설계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약화한다. 생산성 차이가 존재한다면 임금보조와 직무지도, 보조공학 지원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그 비용을 분담해야지 장애인의 생계임금을 낮추어 해결해서는 안 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 제8호는 장애인이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에서 일할 권리를 강조한다. 직업재활시설도 그 자체로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정당한 임금과 노동법적 보호를 보장하면서 일반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전환 실적과 노동권 보장이 없는 보호고용의 확대는 중증장애인을 2차 노동시장 밖의 또 다른 분리된 시장에 장기간 머물게 할 위험이 있다. AI 전성시대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급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중증장애인을 양질의 일자리로 이동시키는가, 아니면 저임금 원격 노동과 자동화된 감시 속에 다시 배치하는가이다. 재택근무와 잡셰어링 역시 노동권을 확장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고, 비정규직과 단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고용계약의 질, 합리적 편의에 대한 권리,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 경력개발과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이다.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 진입을 허락받는 일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규칙을 함께 바꾸는 일이다. 사람을 고정된 직무에 맞추는 대신 직무의 시간과 장소, 수행 방식과 기술을 사람에게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도 몇 명이 취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지위, 발전 가능한 경력을 가진 시민으로 일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고용의 숫자에서 노동의 권리로 중심을 옮길 때 비로소 AI와 보조공학은 중증장애인을 2차 노동시장에 붙잡아 두는 기술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전 다음 목록
AI 시대 이중노동시장에 갇힌 중증장애인 노동과 일의 재설계 임성준(한밭센터) 뎃글수 0 조회수 6 작성일자 2026.08.11 AI 시대 이중노동시장에 갇힌 중증장애인 노동과 일의 재설계 기자명칼럼니스트 김경식 입력 2026.08.10 17:42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전자점자 다운로드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는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을 고용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의 관점에서 보면 고용률의 상승이 반드시 노동권의 확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용계약이 존재하더라도 저임금, 단시간, 비정규직, 승진 배제와 불안정한 고용이 결합 되어 있다면 그것은 노동시장에 대한 실질적 통합이라기보다 주변부로의 편입에 가깝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은 ‘고용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중증·경증이라는 구분은 장애인의 노동능력을 의학적 등급으로 환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동, 의사소통, 인지, 자기관리와 작업 수행 과정에서 더 많은 환경적 조정과 인적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이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어떠한 구조적 불이익을 경험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분석적 구분이다. 중증장애인의 낮은 고용률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고용의 질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5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고용률은 24.2%로,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38.3%보다 14.1%포인트 낮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각각 25.3%와 40.0%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반면 실업률은 4.5%와 4.3%로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결과는 중증장애인의 고용 문제가 실업 상태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취업 가능성에 대한 체념, 적절한 일자리의 부재, 이동과 돌봄의 부담, 반복된 고용 실패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밖으로 밀려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한 이후의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중증장애인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26.0%에 불과하지만 경증장애인은 36.1%이며,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74.0%와 63.9%에 이른다. 시간제 근로 비율도 중증장애인은 57.2%로 경증장애인의 41.6%보다 훨씬 높다. 월평균 임금은 중증장애인이 163만 원, 경증장애인이 221만 6천 원으로 약 58만 6천 원의 차이가 난다. 중증장애인의 일반사업체 취업 비율은 48.7%에 머무르는 반면 직업재활시설 취업 비율은 17.8%에 이른다. 경증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 취업 비율이 0.6%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 정도에 따라 노동시장의 진입 경로 자체가 분절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도 66.4%로 전체 인구의 38.2%를 크게 웃돈다. 장애인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38만 4천 원으로 장애인 정규직 임금 345만 3천 원의 40.1% 수준이며, 장애인 비정규직 가운데 43.5%는 월 100만 원 미만을 받는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장애인 정규직은 87.0%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45.4%에 그친다. 장애인의 비정규직화는 단순히 계약기간이 짧다는 의미를 넘어 저임금과 사회보험 배제, 직업훈련 및 승진 기회의 부족이 중첩되는 과정이다. 장애인 노동시장은 왜 이중구조를 재생산하는가 이러한 현실은 Doeringer와 Piore가 설명한 이중노동시장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차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안정된 계약, 사회보험, 직업훈련과 내부 승진체계를 제공하는 반면, 2차 노동시장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제한된 숙련 형성과 높은 이직률을 특징으로 한다. 정규직과 1차 노동시장, 비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정규직·단시간·저임금·사회보험 배제라는 불리한 조건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이중노동시장 구조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장애인 노동정책은 얼마나 많은 장애인 노동자가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지위, 발전 가능한 경력을 가진 시민으로 일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국내 연구도 이러한 고착성을 확인한다. 변민수·김재호·최원석(2016)]은 장애인의 저임금 상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전의 저임금 경험에 의해 반복될 가능성이 큰 상태의존성을 갖는다고 분석하였다. 임예직·문영민(2020)은 임금근로 장애인의 61.2%가 불안정 노동에 해당하며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중증장애인이 2차 노동시장에 일단 진입하면 숙련을 축적하여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현행 고용정책은 이러한 질적 격차를 충분히 교정하지 못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고용인원을 가중하여 산정하는 제도는 기업의 고용 유인을 높였지만, 고용의 질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았다. 강의영(2025)은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 제도가 양적 고용 증가에는 기여했지만 상용직 전환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었으며, 임금이나 종사상 지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하였다. 고용인원 중심의 인센티브가 유지되는 한 기업은 안정적인 경력직무를 개발하기보다 단시간·보조적 직무를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도에 대응할 수 있다. AI와 재택근무는 자동으로 장애인의 노동권을 확대하지 않는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중증장애인의 노동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음성인식과 자막 생성, 대체입력장치, 화면읽기 프로그램, 인지적 과업을 지원하는 작업순서 안내,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서작성 보조, 원격 직무지도는 신체적·감각적·인지적 제약과 직무환경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통근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는 이동 장벽을 낮추고, 치료와 휴식시간을 조정하면서 노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유력한 합리적 편의가 된다. 그러나 기술의 존재와 기술에 대한 접근은 동일하지 않다. 미국의 장애인 노동자를 분석한 Kruse 등(2022)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5월 재택근무 비율은 비장애인 근로자가 35.8%였던 데 비해 장애인 근로자는 25.7%에 그쳤다. 장애인이 저임금 서비스직과 현장직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무에 진입할 기회부터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에서도 재택근무의 혜택은 학력이 높고 사무·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장애인에게 편중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더라도 장애인이 원격 아웃소싱, 플랫폼 노동이나 단순 데이터 작업에 집중된다면 근무 장소만 가정으로 옮겨졌을 뿐 2차 노동시장의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재택근무는 통근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조직적 고립, 교육과 승진 기회의 축소, 과도한 성과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화면읽기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 업무 플랫폼, 자동 자막의 낮은 정확도,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은 화상회의, 가정 내 작업공간과 보조기기 비용도 새로운 장벽이 된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장애인을 직장에서 보이지 않게 분리하는 조치가 아니라 출근·재택·하이브리드 근무를 노동자가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로 설계되어야 한다. 잡셰어링 역시 단순한 단시간 근로와 구별되어야 한다. 잡셰어링은 두 사람이 하나의 온전한 직무와 책임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 장애인이나 치료 일정과 노동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관리직과 전문직을 포함한 양질의 직무에 접근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다만 하나의 정규직을 두 개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 중증장애인의 비정규직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임금과 사회보험, 교육과 승진 기회가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보장되고, 업무 인계시간이 유급노동으로 인정되며, 공동책임과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하게 배분될 때 잡셰어링은 비로소 장애인 맞춤형 고용의 의미를 갖는다. AI도 동일한 양면성을 지닌다. OECD의 장애인 고용과 AI 분석은 AI가 직무매칭과 보조공학, 업무수행 지원을 개선할 수 있는 반면 과거의 채용 및 근속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기존 차별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표정, 시선, 음성과 말하기 속도를 분석하는 자동 면접은 특정 장애 특성을 직무능력 부족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생산성을 키보드 입력량이나 온라인 접속 시간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휴식과 보조기술이 필요한 노동자를 불리하게 만든다.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 역시 AI 채용 도구가 장애인을 배제할 수 있으며, 자동화된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장애인법상의 합리적 편의와 차별 금지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장애정책 선진국은 유연근무를 권리와 지원체계의 문제로 다룬다 장애정책 선진국의 대응에서 주목할 점은 재택근무와 잡셰어링을 장애인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일자리로 격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연한 근무를 보편적인 노동제도로 인정하고, 장애로 인해 필요한 경우에는 합리적 편의로 보호하며, 그 실행비용을 공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결합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채용 첫날부터 근무시간과 장소, 근무형태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공식 유연근무 제도는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뿐 아니라 두 사람이 하나의 직무를 공유하는 잡셰어링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모든 요청을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는 절대적 권리는 아니지만, 유연근무를 고용주의 시혜가 아니라 공식적인 노사협의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전문 보조기기와 소프트웨어, 수어통역, 직무지도원, 이동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며 재택·하이브리드 근무자의 가정도 작업장으로 인정한다. 영국 공공부문은 별도의 잡셰어링 지원체계를 운영하여 관리직과 고위직에서도 직무공유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모든 장애인에게 일률적으로 부여되는 권리는 아니지만, 직무의 본질적 기능을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경우 미국 장애인법에 따른 합리적 편의가 될 수 있다. 호주 또한 일정 요건을 갖춘 장애인 근로자에게 유연근무 요청권을 보장하며, 공식 안내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한 직무를 다른 근로자와 나누어 수행하는 잡셰어링을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 제시한다. Employment Assistance Fund는 작업장 개조와 보조기기, 의사소통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다. 유럽연합의 접근은 여기에 알고리즘 규율을 결합한다. EU 장애인 권리전략은 개방적 노동시장에서의 합리적 편의와 고용평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EU AI법의 규제체계는 채용, 승진, 해고와 근로자 관리에 사용되는 상당수 AI 시스템을 고위험 영역으로 다룬다. 이는 장애인에게 AI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데이터의 편향과 접근성, 인간에 의한 재검토,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를 함께 보장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의 핵심은 특정 국가의 제도를 모방하는 데 있지 않다. 유연근무를 노동자의 권리로 제도화하고,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며, AI가 장애인을 선별하고 감시하는 과정에 공적 규율을 적용하는 세 요소가 함께 작동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직업재활과 보조공학은 사람을 직무에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증장애인의 고용정책이 이중노동시장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직업재활의 목표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통적인 직업재활은 개인의 기능을 평가한 뒤 수행 가능한 직종을 찾아 배치하는 방식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이 접근은 기존 직무의 시간, 장소, 생산방식을 고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장애인에게 그 기준에 적응하도록 요구한다. 그 결과 선택 가능한 직무가 청소, 포장, 단순조립과 같은 저임금 직종으로 축소되기 쉽다. 직업재활은 장애인의 기능을 판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직무를 재설계하는 전문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직무의 본질적 기능과 부수적 기능을 구분하고, 재택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업과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을 분석하며, 작업시간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지, 동료와 과업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어떠한 보조기술과 인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직업재활사, 재활 공학 전문가, 사용자와 현장관리자, 동료 근로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지원고용도 보호된 장소에 중증장애인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 노동시장에서 실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뒤 현장에서 훈련과 지원을 제공하는 ‘선배치 후훈련’ 원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운환(2016)]이 강조한 지속적 지원고용과 김기룡(2022)의 맞춤형 고용 논의는 중증장애인의 직무를 기존의 빈자리에 맞추기보다 개인의 강점과 지원 필요에 따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조공학 역시 기기 한 대를 지급하고 사업을 종료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택근무 환경의 인간공학적 설계, 접근 가능한 협업 플랫폼, 대체입력과 의사소통 기기, AI 기반 작업지원, 정보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기기 사용훈련, 고장 시 신속한 수리와 직무변경에 따른 재평가가 연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전영환·이근민(2013)은 보조공학서비스가 이직 감소와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긍정적으로 관련된다고 보고하였으며, 최준수 외(2022)는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한 근로자의 평균 고용유지 기간이 20.47개월로 기성제품 이용자의 13.95개월보다 길었다고 밝혔다. 보조공학은 복지용품이 아니라 고용안정성과 생산성, 경력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용정책의 평가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한국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고용인원과 의무고용률을 넘어 임금, 계약 안정성, 사회보험, 근로시간의 적정성, 교육과 승진, 고용유지와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과 사회보험, 경력개발, 고용유지를 달성한 기업에 더 큰 지원을 제공하는 질 연동형 제도가 필요하다. 재택근무와 잡셰어링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별도 사업이 아니라 정규직과 전문직을 포함한 모든 직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편의로 자리 잡아야 한다.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은 사업장에 귀속시키기보다 근로자를 따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 이직하거나 출근근무에서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하더라도 지원이 단절되지 않는 개인 중심의 통합예산이 요구된다. AI 채용과 성과평가 시스템에는 장애영향평가와 접근성 검증, 당사자의 설명 요구권과 인간에 의한 재심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저임금 구조의 개선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인가를 전제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의 차이를 개인의 임금 삭감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작업환경과 직무설계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약화한다. 생산성 차이가 존재한다면 임금보조와 직무지도, 보조공학 지원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그 비용을 분담해야지 장애인의 생계임금을 낮추어 해결해서는 안 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 제8호는 장애인이 개방적이고 통합적이며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에서 일할 권리를 강조한다. 직업재활시설도 그 자체로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정당한 임금과 노동법적 보호를 보장하면서 일반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전환 실적과 노동권 보장이 없는 보호고용의 확대는 중증장애인을 2차 노동시장 밖의 또 다른 분리된 시장에 장기간 머물게 할 위험이 있다. AI 전성시대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급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중증장애인을 양질의 일자리로 이동시키는가, 아니면 저임금 원격 노동과 자동화된 감시 속에 다시 배치하는가이다. 재택근무와 잡셰어링 역시 노동권을 확장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고, 비정규직과 단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고용계약의 질, 합리적 편의에 대한 권리, 보조공학과 인적 지원, 경력개발과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이다.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 진입을 허락받는 일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규칙을 함께 바꾸는 일이다. 사람을 고정된 직무에 맞추는 대신 직무의 시간과 장소, 수행 방식과 기술을 사람에게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정책의 성과도 몇 명이 취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지위, 발전 가능한 경력을 가진 시민으로 일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고용의 숫자에서 노동의 권리로 중심을 옮길 때 비로소 AI와 보조공학은 중증장애인을 2차 노동시장에 붙잡아 두는 기술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