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최근 SPOEX 2026을 다녀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스포츠·레저 산업 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장은 다양한 기업과 관람객으로 붐볐다. 기술과 트렌드, 산업의 방향성이 한눈에 펼쳐지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글은 그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끝내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상태로 들어가 보기

필자는 이날 일부러 9kg에 이르는 아이를 안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 산업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직접 체감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자는 그 공간에서 관람객이기보다 ‘지나가는 사람’에 가까운 존재였다. 적극적인 안내나 설명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배제된 채 공간을 통과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곧바로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uploaded_69cc79c1bb41f.jpg 필자와 동행한 아기(딸). 운동의 비주류로 본 박람회에 참여해보았다. ©이디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박람회는 충분히 크고, 충분히 다양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약 두 시간가량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장애인 관람객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운동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공간이 ‘자신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인식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가도 불편할 것이다.”
“괜히 시선만 받게 될 것이다.”
“애초에 나를 위한 정보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판단은 개인의 소극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간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배제는 의도가 아니라 ‘전제’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과연 이 배제는 의도된 것인가. 필자가 느끼기에는 이 문제는 단순한 ‘차별’의 차원을 넘어선다.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배제했다기보다, 애초에 고려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데에서 비롯된 결과에 가깝다.

이는 ‘몰라서’라는 말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필요를 상정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전제는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을 시작선 밖에 머물게 만든다. 존재를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없는 사람들’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변화의 징후, 그러나 아직은 ‘사례’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의미 있는 시도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브로제이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그러한 사례 중 하나였다.

해당 기술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보이지 않던 이용자를 ‘상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아직은 산업 전반의 흐름이라기보다, 개별적인 사례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남는다.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특별한 배려’나 ‘선택적 기능’으로 남아 있는 한, 그들은 여전히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uploaded_69cc79c1a4a92.jpg 운동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브로제이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이디다

이제는 ‘누가 포함되는가’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스포츠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다. 신체 조건, 연령, 환경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의 삶에 필요하며, 그 자체로 기본적인 권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장애인이 이 공간에 없는가’가 아니라, ‘왜 이 공간은 장애인을 전제하지 않고 설계되었는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결과일 뿐이다.

정책과 산업이 함께 바뀌어야 할 때

이제는 개별 기업의 선의나 시도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장애인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처음부터 전제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요구된다.

첫째, 스포츠 산업 전반에 배리어프리 기준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전시, 체험, 안내 시스템 전반에 있어 접근성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박람회 및 공공 스포츠 행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시니어 이용자를 포함한 설계 기준이 명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별도의 ‘특별 존’이 아니라, 전체 구조 안에 통합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셋째,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기획 및 자문 구조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당사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는, 결국 또 다른 배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넷째, 산업과 공공 영역이 협력하여 실제 이용 사례를 축적하고 확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기술과 시도가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표준’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실행 환경이 필요하다.

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공간에 계속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묻고, 말하고, 드러낼 것이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이 변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누가 이 공간에 포함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