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봄이 와서 산에 들에 진달래가 피었지만 내 마음의 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다. 왜냐하면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파크골프장은 아직도 굳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공인구장은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가끔 사설 파크골프장 몇 군데가 문이 열려있으므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곳을 찾아야 하는데 사설 파크골프장이 몇 군데 없다 보니 작년에 갔던 곳을 또 찾기도 한다.

uploaded_69cf9cbf7a91d.jpg 먼 산에 진달래 피고. ⓒ이복남

3월 29일 일요일, 보통은 단체 라운드는 토요일로 정하지만, 토요일에 다른 약속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부득이 일요일로 정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토요일에 다른 약속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은 제외하면 되지만 운전기사가 약속이 있는 경우 부득이 일요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는 경주 산내 피닉스파크골프장인데 피식닉파크골프장은 작년은 아니고 재작년에 한번 가본 곳이다. 아침 8시 냉정에서 승용차 3대로 출발했다.

꽃 피는 봄이 와서 부산에는 여기저기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양산을 지나 울주로 빠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길가에는 벚꽃이 피고 있었는데 산내면으로 들어서자 길가에 벚나무가 즐비했으나 꽃봉오리도 열리지 않았다. 먼 산에는 드문드문 진달래가 피어 있었고 길가에는 백목련 그리고 흰 매화와 홍매화가 더러 피어 있었다.

uploaded_69cf9cbfa2322.jpg 경주 피닉스파크골프장. ⓒ이복남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9시 반쯤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와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벌써 두 바퀴를 돌았다고 했다. 주차장도 거의 만원이라 겨우 빈 곳을 찾아 주차했다.

입장료는 10,000원이고 지역 주민은 할인된다는데 장애인 할인은 없었다. 그 대신 오전 오후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입장료 10,000원은 온종일 비용이다. 모두 아침 일찍 출발한 터라 밥 먹고 합시다. 이영우 회장이 준비해 온 김밥과 다른 회원들이 준비해 온 음료수 등으로 아침 요기했다.

오늘 참여한 사람은 12명이지만 전동 휠체어는 가져오지 못했으므로 수동휠체어 이용자는 공을 안 치겠다고 해서 10명만 공을 치기로 했다. 한 사람은 자원봉사로 따라온 아버지이고. 파크골프장에는 한 번에 공 4개 그리고 8명이 기본율이다. 10명은 어쩔 수 없이 4명 그리고 6명 두 팀으로 나누었다. 6명은 2명씩 포섬으로 하고 4명은 베스트볼을 하기로 했는데 필자는 4명 조에 배당되었다.

uploaded_69cf9cbfc9596.jpg 경주 산내 피닉스파크골프장 모습. ⓒ이복남

피닉스 파크골프장은 ABCD로 36홀이나 되었으나 너무 사람이 많아서 앞의 6명은 A 코스로 가고 필자 팀은 C 코스로 갔다. 파크골프장은 아직도 겨울이라 잔디는 싹도 나지 않았고 지난번에 왔을 때는 벚꽃이 피고 있었지만 지금 벚꽃은 꽃봉오리가 열리지도 않았다.

C 코스가 A 코스보다는 기다리는 사람은 적었으나 공은 대여섯 개나 밀려 있었다. 대부분 공인구장이 문을 닫아 이곳 경주까지 왔기에 피닉스 파크골프장의 시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코스가 40m 정도로 너무 짧고 폭이 좁아서 걸핏하면 옆 홀의 공이 넘어오기 일쑤였다.

uploaded_69cf9cbfecbf4.jpg 제오종 회원과 이영우 회장의 홀인원. ⓒ이복남

그러거나 말거나 밀리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100m가 넘어가는 긴 코스에는 몇 팀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 와중에 제오종 회원과 이영우 회장이 홀인원을 했다. 나중에 들으니 다른 팀에서도 안인찬 회원과 정갑순 회원이 홀인원을 했다는데 사진을 못 찍었단다.

파크골프장은 넓고 사람이 많아서 우리 편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초록 모자가 어디 있을까? 우리 팀의 손서현 회원이 모든 회원에게 초록 모자를 손수 떠서 선물했었다. 물론 깜박 잊고 초록 모자를 안 쓰고 온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내 공을 치느라고 정신이 없었으나 한 홀을 마치고 나면 기다리는 동안 돌아보니 저만치 초록 모자가 보여서 손을 흔들었다. 그들도 잘 있겠거니, 우리 팀은 다시 출발해야 했다.

uploaded_69cf9cc0156cb.jpg 초록모자를 쓴 회원들. ⓒ이복남

보통 부산 삼락 삼장구장에서 공을 칠 때는 두 코스 18홀을 돌고 나면 간식타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간식타임을 생략하기로 했다. 아침은 파크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김밥으로 때웠고 저녁 겸 점심은 파크골프를 마치고 먹기로 했으므로 오늘은 간식 시간을 생략하기로 한 것이다.

필자가 속한 팀은 두 홀을 마치고 세 번째 홀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12시가 넘었으니 그만 나가자고 했다. 다른 팀은 한 홀을 마저 돌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밖에 나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먼 산에는 여기저기 진달래가 울긋불긋 피어 있었다. 벚꽃은 아직 봉오리도 열리지 않았고 개나리는 여기저기 피기 시작했다.

다른 팀도 다 끝나고 나와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영우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가는 곳을 알려 주었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언양 ‘오리랑’이라고 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등편의법)」은 1997년 4월 10일에 제정되고 1년 후인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으므로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설치하라고 했지만, 법이 있어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장애인등편의법」을 지킬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 같은 장애인이 움직이려면 일반 시설은 물론이고 밥 먹을 식당이 제일 문제다. 이영우 회장이 경주 피닉스파크골프장 주변 편의시설을 물색해서 경우 잡은 곳이 ‘오리랑’이란다.

이영우 회장이 다음 목적지로 경주 산내 피닉스파크골프장으로 정했다기에, 필자도 인터넷으로 주변 식당을 둘러보다가 마땅한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서 경주시 산내면 행정복지센터로 문의를 했다.

“휠체어 장애인이 출입할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요?” 그런 곳은 없다고 했는지 아니면 모른다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이없는 대답을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지체장애인협회를 찾았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였는데 찾아보겠다고 했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시지회에서는 편의시설 식당 목록이 있을 줄 알았다고 했더니, 경주 시내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있는데 산내면까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한군데를 추천해 주었는데 안타깝게도 일요일은 휴무였다.

그래서 이영우 회장이 찾은 곳이 ‘오리랑’이었다. 오리랑으로 가는 길, 길가에 ‘가지산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같이 가는 회원이 ’가지산 옆에는 오이산이 있을까‘라는 농담을 해서 모두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uploaded_69cf9cc031568.jpg 영남알프스.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상남도 밀양시 및 경상북도 청도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신라 흥덕왕 때 전남 보림사의 가지선사가 와서 석남사를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 다른 설은 가지산(加智山)은 ‘까치산’이라는 우리말에서 유래했다는 것으로 ‘가’는 ‘까’의 음을, ‘지’는 ‘치’의 음을 빌린 음차로 풀이되며, ‘가치(迦智)’가 ‘지혜’와 연결된 의미로도 해석된다는 것이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9 산으로 백두대간 등줄기가 울산광역시, 경상남·북도의 경계에서 힘껏 솟구쳐 1,000m급 고산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는 영남알프스는 유럽 알프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유감이다. 영남알프스의 고산준령은 그 옛날 장꾼들이 다니던 삶의 애환이 서린 곳인데 누군가 알프스를 다녀온 사람이 알프스를 닮았다고 하는 바람에 영남알프스가 된 것 같다. 덕분에 더 유명해진 것 같지만, 통영항을 통영의 나폴리라 하고 진도의 바닷길을 모세의 기적이라 하는 것도 유감이다. 외국 것을 추앙하는 문화 사대주의 발상 같다.

봄이면 철쭉을 비롯한 갖가지 꽃들, 여름에는 맑은 계곡, 가을에는 황금빛 억새, 겨울에는 눈꽃이 장관인 영남알프스의 다채로운 정취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 운문산(1,188m), 문복산(1,014m).

물론 영남알프스 산행이란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가 있지만 그래도 산행하는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 중에는 두 다리가 튼튼한 팔 장애인이 있고 우리 클럽에도 산행하는 장애인이 있다.

uploaded_69cf9cc05ac1e.jpg 오리랑 경사로. ⓒ이복남

‘오리랑’은 석남사 초입에 있었는데 마당 앞 주차장도 넓고 입구 왼쪽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경사로로 들어서면 자동문에 바닥도 높낮이가 없는 데다 신발을 신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입식이었다.

이영우 회장은 오리백숙 등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으므로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오리로스구이를 주문했다. 한 마리에 48,000원인데 네 마리를 주문했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올리고 익으면 같이 나온 부추를 넣고 볶아서 작은 접시에 들깻가루와 콩고물을 섞어서 그 위에 초장을 듬뿍 넣고 찍어서 먹으라고 했다.

uploaded_69cf9cc0839c9.jpg 오리랑 로스구이. ⓒ이복남

오리로스구이도 처음이고 먹는 방식도 처음인 것 같은 데 정말 맛있었다. 한 테이블에 3명씩 앉았는데 어떤 테이블에서는 고기가 금방 동이 나서 반 마리를 더 시켰다. 반 마리는 25,000원이었다.

고기를 다 먹은 사람은 볶음밥을 주문했다. 필자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볶음밥은 필요 없다고 했다. 덕분에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별 부족함 없이 식사도 맛있게 잘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가 보았더니, 아뿔싸. 처음부터 신축한 건물이 아니었으므로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화장실 출입구가 너무 좁고 아래로 턱이 있었다.

어디든지 턱이 있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치명타지만 5~10cm의 턱이 위로 있을 때는 그나마 좀 낫지만 5~10cm의 턱이 아래로 있을 때는 지체장애인은 물론이고 저시력 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쥐약이다.

아래로 있는 턱은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까딱하면 앞으로 꼬꾸라질 뻔한데 공사하는 사람들은 왜 굳이 아래로 턱을 만들까.

uploaded_69cf9cc0b661b.jpg 피닉스파크골프장 입구의 개나리길. ⓒ이복남

‘오리랑’ 에서도 처음부터 입구에 경사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몇 해 전 어떤 손님이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가 계단이 높아서 돌아섰다는 게시판 글을 보고 사장님이 경사로를 설치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오다가 사장님을 찾아서 화장실에 아래로 턱이 있다고 했더니 미처 몰랐다고 했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든 사람이 다 편리하다. 그래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이 나왔지만, 법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장애가 없다면 타인의 장애는 배려하지 못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