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주희 칼럼니스트】지난 2005년 세상에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은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은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었다오랜 기간 반복된 장애인 대상 성폭력과 학대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회에 닿지 못할 때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영화 도가니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그러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장애인 학대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6월 22일이 법정기념일인 '장애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되었으며매년 6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장애인학대 예방주간이 운영된다올해는 제1회 장애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념일이 하나 더 생긴 것이 아니다장애인 학대를 개인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예방하고 책임져야 할 인권 문제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장애인 학대는 신체적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폭언과 협박경제적 착취성적 학대방임과 유기시설 내 인권침해의사결정권 박탈까지 모두 장애인 학대에 포함된다특히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타인에게 의존도가 높은 장애인은 피해를 입더라도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학대가 장기간 은폐되고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서도 매년 수천 건의 장애인 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실제 발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가해자는 낯선 사람이 아니라 가족시설 종사자지인 등 가까운 관계인 경우가 적지 않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신고 이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처벌 강화만이 아니다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인간의 존엄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동일하며누구도 폭력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 감수성을 배우고 실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장애인식개선교육은 장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성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예비교사를 양성하는 대학 역시 장애학생의 권리와 학대 예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학교 현장에서 인권 친화적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 역시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는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이웃의 작은 관심은 학대를 막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갑작스러운 상처반복되는 두려움지속적인 방임이나 통제와 같은 신호를 외면하지 않는 시민의 관심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첫걸음이다장애인 학대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해 장애인 학대 예방주간에는 장애인이 직접 제작한 홍보자료와 수어·음성 해설이 포함된 콘텐츠가 전국에 배포되고집중신고기간도 운영되었다이러한 정책은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일주일의 캠페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은 행사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수준을 돌아보는 날이어야 한다인권은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약속이다장애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결국 모든 사람이 안전한 사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학대를 외면하지 않는 관심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하는 용기그리고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태도이것이 장애인 학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