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loaded_6a5070f04124c.png AI생성 이미지.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우울이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되는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 가족 환경 등 사회적 요건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이 확인됐다.

특히 가족건강성이 높을수록 부모의 우울은 낮아지고 자아존중감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장애아동 지원 정책도 현행 아동 중심에서 가족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는 최근 ‘장애아동 부모의 가족건강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 : 자아존중감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연구책임자 전북대학교 장아영)이 게재됐다.

양육 스트레스·경제적 부담 속 장애아동 부모의 깊어지는 우울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이 돌봄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부담과 우울 문제가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등록장애인은 약 264만 7,000명, 장애인 가구는 약 115만 9,000가구로 추정되는 가운데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일상생활을 비롯해 교육과 의료, 사회활동 전반을 지원해야 하는 책임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시간 돌봄과 경제적 부담, 사회적 활동의 제약은 물론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까지 더해지면서 부모들의 심리적 소진이 심화되고 있다.

장애아동 부모는 일반 가정보다 더 많은 돌봄 시간을 투입하고 경제적 부담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녀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으로 인해 부모의 지속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만큼 신체적 피로와 함께 정서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쉽다.

특히 장애아동의 행동 문제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부모의 부담을 더욱 키우며 반복되는 돌봄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우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부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 환경과 사회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그동안 관련 연구는 주로 장애아동 어머니를 중심으로 우울과 양육 스트레스, 사회적 지지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최근 가족 내부의 긍정적인 관계와 지지 체계에 주목하는 연구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서적 지지,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포함하는 ‘가족건강성’은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높이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이번 연구는 장애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가족건강성이 우울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자아존중감의 매개효과를 함께 검증하고, 이를 통해 장애아동 부모의 심리적 안녕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하며 우울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층적인 지원 방안과 정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uploaded_6a5070f064044.jpg 장애아동 부모의 가족건강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의 연구 모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족건강성 높을수록 우울 낮아’ 장애아동 부모 심리 회복 확인

연구 결과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가족건강성이 높을수록 자아존중감이 높아지고 우울 수준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와 원활한 의사소통, 상호 지지 등이 잘 이뤄질수록 부모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력이 높아지고 우울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경제적 여건 또한 부모의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치료비와 교육비, 돌봄 비용 등 지속적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경제상태가 양호할수록 양육 과정에서 겪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우울 수준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가족 안에서 긍정적인 관계와 지지를 경험한 부모일수록 자아존중감이 높아지고 이러한 심리적 자원이 우울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자아존중감만으로 모든 영향을 설명하기는 어려우며 장애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전문 서비스와 경제적 지원 등 외부 지원 체계가 부모의 우울 감소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주로 장애아동 어머니를 대상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포함해 분석했는데 가족건강성과 자아존중감이 부모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이 특정 부모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장애아동 부모 전반에서 확인됐다. 이는 장애아동 부모의 심리·정서적 적응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 어머니 중심의 접근을 넘어 부모 전체와 가족체계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과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족건강성·자아존중감 함께 높이는 통합 지원체계 마련해야”

보고서는 “현행 장애아동 지원 정책은 주로 아동을 중심으로 재활치료와 교육에 집중돼 있으며 가족 대상 지원은 경제적 지원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장애아동 가족의 가족건강성 회복에 있어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장애아동 부모의 우울을 예방하고 감소시키기 위해 가족건강성 증진과 자아존중감 향상을 함께 고려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족 간 의사소통과 정서적 지지를 강화하는 가족 중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부모의 심리적 회복력과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는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애아동 부모가 가족건강성 증진 프로그램, 자아존중감 향상 프로그램, 우울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족건겅상은 장기적이고 누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개입이 중요하며 가족 중심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 개입이 필요하다”며, “장애아동 가족이 접촉하는 다양한 서비스 기관에서는 가족건강성 및 부모의 우울을 정기적으로 사정해 조기에 발견하고 가족의 기능 회복을 위해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의사소통 및 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 부모 교육 등 장애아동 부모의 우울 감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시, 부모의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용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장애아동 부모의 우울 예방 및 완화를 위한 다차원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